[OSEN=대구, 손찬익 기자] "슬라이더가 올 것 같았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내야수 강승호의 예감은 정확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스윙이 패배 위기에 몰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강승호는 지난 2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9회 극적인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9-7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은 9회초 공격을 시작할 때만 해도 4-7로 뒤져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1사 만루 찬스를 만든 뒤 타석에 들어선 강승호가 삼성 좌완 배찬승의 2구째 슬라이더(136km)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8-7. 이어 정수빈이 우월 솔로 아치를 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강승호는 결정적인 한 방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배찬승은 직구와 슬라이더가 좋은 투수다. 만루 상황에서는 직구보다 변화구 승부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슬라이더를 높게 보고 기다렸는데 생각했던 코스로 공이 들어왔다. 맞는 순간에는 빗맞았다고 생각했는데 라팍이라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날 KT 위즈전에서 역전패를 당했던 두산은 이날 경기에서도 쉽지 않은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강승호는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는 "점수 차가 있었지만 라팍은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금방 따라갈 수 있는 구장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조금만 따라가면 역전도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강승호는 "동료들이 계속 출루하면서 기회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정말 기분 좋은 승리"라고 했다.
개인 통산 두 번째 만루홈런의 순간은 오래 기억에 남을 만했다. "너무 짜릿했다. 개인 통산 두 번째 만루홈런인데 정말 좋았다. 사실 베이스를 돌 때는 동점인 줄 알았다. 들어와서 전광판을 보니 역전이더라". 강승호의 말이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마친 뒤 후배들의 격한 축하 세례도 받았다.
강승호는 "왜 저렇게 기다리고 있나 싶었다. 아무래도 워낙 극적인 홈런이어서 그런 것 같다. 후배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웃었다.
이어 "요즘 어린 선수들이 팀의 중심이 되어 경기에 나가고 있는데 정말 좋은 선수들이다. 저와 박찬호, 김인태 등 선배들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출장 기회가 일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묵묵히 준비하는 이유도 밝혔다.
강승호는 "(타격감을 유지하는 게) 힘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핑계를 댈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패색이 짙던 경기, 두산을 구한 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집중력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슬라이더를 기다렸다가 승부를 뒤집은 강승호의 통쾌한 만루 홈런이 있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