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옵사라는데 PK 선언 '진짜 문제는 그다음'... 카타르 울릴 뻔한 VAR 논란, "FIFA 독재" 英레전드 격분

이원희 기자
2026.06.14 07:51
카타르와 스위스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스위스의 선제골로 이어진 페널티킥 장면이 오프사이드 의혹에 휩싸였다. FIFA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을 도입했음에도 판정 근거인 그래픽을 공개하지 않아 개리 네빌 등 잉글랜드 축구 레전드들로부터 독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 속에서도 카타르는 후반 추가시간 부알렘 코우키의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월드컵 본선 사상 첫 승점을 획득했다.
카타르-스위스 경기를 맡은 엑토르 사이드 마르티네스 주심. /AFPBBNews=뉴스1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의 대형 스크린. /AFPBBNews=뉴스1

자칫 카타르를 울릴 뻔한 비디오판독(VAR) 논란이 터졌다. 스위스의 선제골로 이어진 페널티킥 장면에서 오프사이드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오프사이드 여부를 둘러싼 팬들의 궁금증을 명확하게 해소하지 못했다. 이에 잉글랜드 축구 레전드 개리 네빌(51)도 분노를 드러냈다.

영국 더선은 14일(한국시간) "네빌이 카타르와 스위스전에서 나온 논란의 장면 이후 FIFA의 VAR 사용을 독재에 비유했다"고 전했다.

이날 카타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위스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5분,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귀중한 승점 1을 챙겼다.

이번 대회에서 카타르는 스위스, 캐나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함께 B조에 묶였다. 첫 경기부터 '강력한 1위 후보' 스위스를 만났지만, 극적인 무승부로 승점 1을 수확했다. 전날 열린 경기에서는 개최국 캐나다와 보스니아도 1-1로 비겼다. B조 4팀 모두 1-1 무승부로 첫 경기를 마치며 같은 출발선에 섰다.

카타르에는 의미 깊은 결과였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따낸 사상 첫 승점이었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2022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하며 사상 처음 꿈의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개막전을 포함해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패하며 탈락했다. 개최국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를 당한 것은 카타르가 처음이었다.

이후 카타르는 자존심 회복을 준비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되찾았고,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었던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선임해 팀을 재정비했다. 아시아 예선 플레이오프까지 거친 뒤 어렵게 북중미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쥔 카타르는 첫 경기부터 월드컵 첫 승점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카타르 입장에선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선제 실점으로 이어진 과정에서 오프사이드 논란이 나왔기 때문이다. 상황은 전반 17분 벌어졌다. 스위스는 카타르 페널티박스 안에서 높은 타점을 활용한 헤더 패스로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이어 카타르 골문 앞에서 혼전 상황이 일어났다.

카타르 골키퍼 마흐무드 아부나다(알라이얀 SC)가 공을 처리하기 위해 앞으로 나왔으나,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채 상대 미드필더 레모 프로일러(볼로냐)와 충돌했다.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논란의 장면 속에 페널티킥 반칙을 기록한 카타르. /AFPBBNews=뉴스1
스위스 미드필더 레모 프로일러와 카타르 골키퍼 마흐무드 아부나다와 부딪히고 있다. 이에 주심은 스위스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AFPBBNews=뉴스1

문제는 프로일러가 패스를 받는 순간의 위치였다. 중계 화면상으로는 프로일러가 카타르 수비진보다 앞서 있는 듯 했다. 그런데도 부심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다만 카메라 각도에 따라 실제 위치가 달라 보일 수 있는 만큼, 육안만으로 오프사이드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VAR 판독이 중요했다. 주심은 VAR 확인 끝에 스위스의 페널티킥을 인정했다.

더 큰 논란은 이후의 대처였다. 이번 대회에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이 도입돼 있다. 하지만 FIFA 주관 방송사는 판정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오프사이드 라인이나 3D 그래픽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화면에는 '판독 완료'라는 자막만 떴다. 팬들의 의문을 해소할 만한 설명은 없었다.

네빌은 바로 이 대목에서 분노를 표출했다. 보도에 따르면 축구 전문가로 활동 중인 네빌은 "FIFA는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의 증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FIFA는 지난 대회에서도 이렇게 했다. 팬들은 이미 FIFA와 기술을 불신하고 있다. 이 장면에는 엄청난 논란이 있다. FIFA가 다르게 증명하기 전까지, 내 눈에는 오프사이드였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오프사이드 라인이나 3D 그래픽을 제공하지 않은 FIFA의 결정을 두고는 "독재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잉글랜드 레전드 이안 라이트도 네빌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왜 우리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화면을 보지 못하는 것인가. 내 눈에도 오프사이드처럼 보인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축구 해설위원 리 딕슨 역시 주심의 휘슬이 울린 직후에도 "이건 오프사이드다. 페널티킥은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일러는 분명히 앞에 있었다. 주심은 그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딕슨의 예상과 달리 주심은 스위스의 페널티킥을 유지했다. 결국 스위스는 공격수 브렐 엠볼로(스타드 렌)가 키커로 나서 선제골을 뽑아냈다.

카타르-스위스 경기 심판진. /AFPBBNews=뉴스1
페널티킥 골을 넣는 스위스 공격수 브렐 엠볼로. /AFPBBNews=뉴스1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은 경기장에 설치된 여러 대의 특수 카메라와 추적 시스템을 활용해 선수들의 신체 위치와 공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VAR 심판에게 빠르게 전달한다. VAR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더 빠르고, 더 일관되게, 더 정확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최종 판정은 이 정보를 토대로 주심을 비롯한 심판진이 내린다.

TV 중계를 보는 축구 팬들도 이 그래픽을 통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규정상 이를 반드시 팬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FIFA는 그동안 VAR 판정 설명을 경기장과 TV 시청자에게 더 명확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강조해왔다. 2023년에도 VAR 판정 커뮤니케이션을 경기장과 TV 시청자에게 방송하는 시험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런데 세계 최대 무대인 월드컵, 그것도 승패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관련 그래픽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축구 팬들도 레전드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팬은 "프로일러는 최소 한 발 정도 앞에 있었다. 심지어 처음 패스한 선수도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을 수 있다. 충격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팬도 "스위스가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그래픽을 FIFA가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선수단의 골 세리머니. /AFPBBNews=뉴스1

하지만 카타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5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호맘 엘라민(쿨투랄 이 데포르티바 레오네사)이 올려준 크로스를 센터백 부알렘 코우키(알사드)가 높이 뛰어올라 헤더로 연결했다.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세계적인 골키퍼 그레고어 코벨도 꼼짝하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카타르 선수들은 포효하며 월드컵 역사상 첫 승점의 기쁨을 만끽했다. 전반 페널티킥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카타르 골키퍼 마흐무드 아부나다는 눈시울을 붉혔다.

카타르 선수단이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팬들에게 인사하는 카타르 골키퍼 마흐무드 아부나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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