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계가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수 이기혁(26·강원FC)이 '깜짝 발탁'이라는 시선을 넘어 주전급 전력으로 올라섰다.
미국 매체 로토와이어는 12일(한국시간) "이기혁이 월드컵 첫 경기에서 자신의 몫을 해냈다"고 소개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이날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22분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동점골을 터뜨렸고, 후반 35분에는 교체로 들어간 공격수 오현규(베식타스)가 짜릿한 역전골을 꽂아 넣었다.
숨은 영웅도 있었다. 스리백의 왼쪽 센터백으로 출전한 이기혁이었다. 그는 체코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신장 2m에 가까운 '장신 군단' 체코 공격진을 상대로 안정적이고 침착한 수비를 선보였다. 이기혁은 볼 터치 76회를 기록했고, 수비 액션 11회를 펼쳤다. 걷어내기 8회, 가로채기 3회도 올렸다. 헤더 클리어링은 8회였다.
한국 스리백 중 가장 돋보이는 수비 지표였다. 중심을 잡았던 '괴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수비 액션 6회, 걷어내기 3회, 가로채기 2회, 헤더 클리어링 2회를 기록했다. 오른쪽 센터백 이한범(미트윌란)은 수비 액션 6회, 태클 1회, 걷어내기 5회, 헤더 클리어링 4회를 남겼다.
해외 매체도 이기혁의 활약을 주목했다. 로토와이어는 "이기혁은 체코전에서 클리어링 8회와 가로채기 3회를 기록했다"며 "한국은 스리백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이기혁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베테랑 김민재, 미트윌란 소속의 젊은 수비수 이한범과 함께 수비 3인방을 구성했는데, 그중 가장 덜 알려진 수비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매체는 "그럼에도 이기혁은 수비적으로 자신의 몫 이상을 해냈다. 한국 선수단 중 클리어링과 가로채기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기혁은 경기 막판 경고를 받기도 했다. 체코가 한국 진영에서 파울을 얻어낸 뒤, 휘슬이 울린 이후 공을 걷어낸 장면 때문이었다. 이에 매체는 "안타깝게도 이기혁은 이 경기에서 유일하게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였다. 앞으로의 경기에서는 조심해야 하겠지만, 이번 활약과 한국의 승리는 이기혁이 주전 역할을 얻었음을 의미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도 이기혁에게 높은 평점 7.6을 부여했다. 한국 스리백 중 가장 높은 점수였다. 김민재의 평점은 7.4, 이한범의 평점은 7.1이었다.
이기혁은 소속팀 강원FC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북중미 월드컵 최종 명단에 깜짝 발탁된 선수다. 그전까지 A매치 출전 기록은 단 한 번뿐이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 자신의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수비진 부상 변수 속에 체코전에서 월드컵 데뷔전까지 치렀다.
이기혁은 안정적인 수비뿐 아니라 정교한 볼 컨트롤과 정확한 패스로 빌드업의 출발점 역할도 해냈다. 측면으로 뿌려주는 롱패스, 상대 압박 속에서도 앞선 동료에게 공을 전달하는 침착함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수비력이었다. 체코 공격진은 190cm 안팎의 장신 자원들을 앞세운 팀이다. 2선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루카시 프로보드(슬라비아 프라하)는 189cm, 최전방 스트라이커 파트리크 쉬크는 186cm다. 특히 교체로 투입된 공격수 토마시 호리(슬라비아 프라하)는 신장이 198cm에 달한다. 하지만 체코 공격진은 이기혁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막혀 좀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덕분에 해외에서도 이기혁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 역시 이기혁의 활약에 대해 "왼쪽 센터백으로 큰 문제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이기혁은 체코전 한 경기만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