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러 축구 강국의 대표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고 연봉 감독을 둔 브라질과 아마추어 축구에 거액을 투자한 프랑스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비니시우스를 키운 북중미 월드컵 최고 연봉 감독 안첼로티
브라질은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우승 이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 동안 월드컵에서 유럽 팀들의 강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를 제외하면 이 사이 월드컵 트로피는 모두 유럽 국가로 향했다.
유럽 프로축구 무대를 호령하는 세계적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월드컵 우승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축구의 나라 브라질은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큰 결정을 내렸다. 브라질은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67)다.
이탈리아 AC 밀란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만 5번이나 이뤘던 안첼로티가 브라질 축구협회로부터 받는 연봉은 무려 16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감독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이다.
안첼로티가 높은 연봉을 받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유럽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즐비한 브라질 대표팀을 지휘하는 데 적임자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 브라질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6·레알 마드리드)와 안첼로티의 인연이 중요했다.
18세에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비니시우스는 2~3년간 유럽 무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당시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었던 안첼로티는 천부적 재능의 소유자 비니시우스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고 비니시우스는 이후 스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안첼로티는 브라질 대표팀 감독이 되자마자 팀을 비니시우스 중심으로 재편했다. 비니시우스에 특화된 전술도 마련했다. 적당히 상대에게 볼 점유율을 내주면서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역습 축구가 브라질의 핵심 전술이 된 이유다. 이는 질주할 공간이 있을 때 빛을 발하는 비니시우스의 스피드를 살리기 위한 전술이다. 어쩌면 이는 항상 스타 선수들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전술 운영을 해왔던 안첼로티의 특장점이기도 하다.
만약 비니시우스를 내세운 브라질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다면 안첼로티 감독은 월드컵 역사에 중요한 위치에 오른다. 브라질이 우승할 경우 안첼로티는 팀을 우승으로 이끈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 된다.
브라질의 아킬레스 건은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3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오른쪽 풀백 다닐루(35·플라멩구)의 노쇠화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려면 지난 카타르 대회보다 1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에게 체력적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풀뿌리 축구에 협회 예산 30%를 쓰는 프랑스
브라질이 최고 연봉 감독을 모셨다면 프랑스는 아마추어 축구에 대한 투자로 팀을 키워 왔다. 프랑스 축구협회가 풀뿌리 축구 발전을 위해 올해 투자한 돈은 약 2500억 원으로 이는 전체 협회 예산의 30%가 넘는다.
2018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기록했던 프랑스 축구의 힘은 240만 명이 넘는 아마추어 축구 선수라는 튼튼한 하부 구조에서 나온다. 방리유로 불리는 프랑스 도시 외곽에는 다채로운 인종의 축구 유망주들이 땀을 흘린다. 축구가 일상이 된 방리유의 풍경은 프랑스 축구협회의 재정적 지원 속에서 프랑스 축구의 젖줄이 된 셈이다.
프랑스가 아마추어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국민 통합'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축구는 이민자들과의 갈등과 극우파의 분열적 정치를 치유할 수 있는 무대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선수들이 프랑스 대표팀의 일원으로 뛰는 모습 그 자체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현 프랑스 축구협회 회장은 세네갈 출신 권투 선수의 아들 필립 디알로(63)다. 그는 프랑스 엘리트의 산실인 시앙스포(파리 정치대학)출신이지만 낭트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축구 선수로 활약한 축구인이다.
이 같은 그의 배경은 그를 축구협회 회장으로 이끌었다. 그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프랑스 국가대표팀과 극우 대통령을 선출할 가능성이 있는 분열된 프랑스 사이의 갈등구조를 관리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민자 출신의 뛰어난 선수들이 프랑스 대표팀에서 뛰도록 설득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임무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프랑스에 거주하며 아프리카 국가 대표팀을 선택한 축구 선수들은 프랑스 프로축구 2부리그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북중미 월드컵에서 모로코 대표팀에 합류한 아유브 부아디(19·릴)는 프랑스 21세 이하 축구팀의 주장이었다. 미래의 프랑스 대표팀을 이끌어 갈 선수로 손꼽혔던 부아디가 모로코를 선택했을 때 프랑스 축구계에서는 이민자 선수들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축구는 과학이 아니다. 월드컵 우승은 운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세계 축구 강호들은 월드컵 우승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확률 게임'을 한다. 감독 영입에 심혈을 기울인 브라질과 풀뿌리 축구에 거액을 투자한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브라질이 우승한다면 외국인 감독 안첼로티가, 프랑스가 우승한다면 이민 세대의 후손 디알로 회장이 뉴스의 초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