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가야지", "탱크데이" 고교야구 응원 구호가 정치권까지 흔들었다... 한국 사회는 '왜' 공분했나

김동윤 기자
2026.07.02 10:57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5·18 민주화운동 비하 의혹이 있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으며 해당 경기는 몰수패 처리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청소년 역사 인식 문제로 보거나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1일 오후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광주제일고 학생들에게 한 조롱 응원을 비판하기 위함이다. /사진=뉴스1 제공

고교야구 더그아웃에서 시작된 응원 구호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서울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이 광주제일고(광주일고)를 상대로 외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구호가 5·18 민주화운동 희화화, 지역 비하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사태는 야구장을 넘어 교육계, 시민사회, 정치권까지 확산했다.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회전 배재고와 광주일고 경기에서 나왔다. 경기 후반 배재고 선수단은 광주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탱크데이"라는 외침도 나왔다. 광주일고 측은 즉각 항의했고, 심판진은 배재고 측에 주의를 줬다.

단순한 야유나 응원가 개사로 보기 어려웠던 이유가 있다. '스타벅스'와 '탱크데이'는 지난 5월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진행한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스타벅스는 텀블러 판촉 행사에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가 5·18 당시 계엄군 장갑차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불매 운동 움직임과 정치권 비판, 시민사회 규탄이 이어졌다.

그런 민감한 표현이 한 달여 만에 광주광역시 지역 연고인 야구부를 향한 응원 구호로 다시 등장하면서 여론은 들끓었다. 손정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이사가 경질되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스타벅스 미국 본사도 공개로 사과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기에 '아이들이 잘 몰랐을 것'이라는 해명만으로는 여론을 납득시키기 어려웠다.

배재고가 지난달 30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사안과 관련해 두 번째로 올린 사과문. /사진=배재고 홈페이지 갈무리

경기 직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배재고 권오영 감독과 코치진, 선창한 선수와 일부 학부모가 직접 광주일고 더그아웃으로 가 사과했다. 배재고 측도 일부 학생에 대한 징계위원회 및 배재고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다음 날인 6월 30일 항의 서한을 준비해 직접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 위치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를 방문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전수조사를 시작했고, KBSA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지난 1일 긴급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었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번 사안을 스포츠 정신에 반하고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사안으로 판단했고,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징계는 2일 청룡기 2회전부터 적용됐고, 배재고의 해당 경기는 몰수패 처리됐다. 다만 지도자 및 선수에 대한 징계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출전 제한 기간 중 면밀한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 대상자를 특정해 해당 기간 내 스포츠공정위원회를 다시 개최하고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정치권도 반응했다. 여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학생 선수 일탈이 아닌 청소년 역사 인식과 혐오 문화의 문제로 바라봤다. 김남희(48)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의 10대 극우화 현상은 과도한 SNS 사용과 숏폼 문화, 사춘기 시기에 기성세대 조롱을 일종의 훈장으로 생각하는 극우적 10대 문화, 이를 부추기는 정교하게 제작, 유포되는 극우 콘텐츠 등이 맞물려서 일어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심이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회전 배재고-광주제일고 8회초 상황에서 배재고 측에 경고를 주고 광주일고에 설명하러 가고 있다. /사진=KBSA 공식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반면 야권에서는 잘못은 분명하지만, 징계 수위가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점식(61)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경기 중에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일고 선수들에게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조롱 섞인 구호로 야유한 것은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측면이 있어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짚으면서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린 것은 지나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배재고 논란이 단순히 한 학교 야구부의 부적절한 응원 문제에 머물지 않은 건 '탱크데이', '(논란을 일으킨)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표현이 한국 사회의 역사 감수성을 건드렸던 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표현이 5·18 민주화운동의 상처를 간직한 광주광역시 지역 학생들을 향해 사용됐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논란은 이제 학생 선수들의 잘못을 넘어 그들이 왜 그런 표현을 응원 구호로 받아들였는지, 더그아웃에서 그런 구호가 나올 때까지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학생 선수 징계 수위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사태는 스포츠 현장을 넘어 한국 사회가 역사, 혐오, 교육, 처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묻는 문제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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