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안방에서 대만에 충격적인 대역전패를 당하며 복잡한 '경우의 수'의 늪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이정현(27·고양 소노)의 출전마저 불투명해진 가운데, 한국은 오는 6일 한일전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예선을 통과하지만 패할 경우 반드시 '대만이 중국을 이겨줘야만' 턱걸이로 진출할 수 있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니콜라스 마줄스(46)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 대표팀은 3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대만과의 '2027 FIBA(국제농구연맹)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윈도우3 B조 5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80-82로 졌다. 3쿼터 종료 시점까지 16점 차, 한때 19점 차까지 앞서며 승기를 잡았던 한국은 4쿼터 극심한 득점 가뭄에 시달린 끝에 뼈아픈 대역전패를 당했다. 이 패배로 한국은 예선 성적 2승 3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번 패배로 한국은 B조 상위 3개국이 올라가는 2차 예선 진출을 위한 순위 싸움에서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현재 2승 3패가 된 한국이 3위 이내에 들기 위한 경우의 수는 크게 두 가지다.
마침 운명의 주사위는 한국의 한일전에 앞서 6일 오후 3시 30분 고양소노아레나에서 먼저 펼쳐지는 중국과 대만의 맞대결에서 1차로 던져진다. 선행되는 이 경기의 결과에 따라 한국이 마주할 최종전 시나리오는 완전히 뒤바뀐다. 해당 경기는 본래 중국의 홈 경기지만, 최근 양국의 국제적 외교 문제로 인해 중립 지역인 대한민국에서 개최가 성사됐다. 한국 땅에서 먼저 열리는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이 마주할 최종전 시나리오는 완전히 뒤바뀐다.
만약 먼저 열리는 경기에서 중국이 대만을 꺾을 경우, 한국에 남은 선택지는 오직 '일본전 승리'뿐이다. 중국이 승리하면 대만은 2승 4패가 되는데, 이때 한국이 일본을 꺾고 3승 3패(승점 9점)를 만들면 대만과 중국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자력으로 최소 조 3위를 확보해 2라운드에 진출한다. 하지만 만약 한국마저 일본에 패해 2승 4패가 된다면, 대만과의 상대 전적 열세(2패)에 밀려 조 4위로 최종 탈락하게 된다. 즉, 대만이 중국에 지는 순간 한국의 '패자부활전(패배 시 대만 덕에 진출)' 시나리오는 소멸하며 무조건 일본을 잡아야만 하는 벼랑 끝 자력 진출 상황에 몰린다.
반대로 대만이 중국을 이겨주면 한국은 한결 여유로운 상태에서 한일전을 맞이할 수 있다. 대만이 승리해 준 상태라면, 한국이 설령 일본에 패해 2승 4패 동률이 되더라도 FIBA 룰에 따른 상대 전적에서 중국에 2승 무패로 앞서기 때문에 조 3위로 턱걸이 진출이 가능해진다. 물론 한국이 일본을 잡고 3승 3패를 만들면 깔끔하게 자력 진출을 확정 짓는다.
결국 6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릴 대만-중국전 결과에 따라 한국은 '일본을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압박감'을 안고 코트에 들어설지, 혹은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지' 운명이 갈리는 셈이다. 야전사령관이자 에이스인 이정현이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지난 3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5차전서 중국까지 92-73으로 완파하며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 일본을 격파해야 할 수도 있기에 앞선 경기의 결과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렇듯 뛰기도 전에 잔혹한 셈법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을 마줄스 감독도 잘 알고 있던 모양새였다. 현장 취재진이 '확률적으로 진출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 것이 아니냐'고 묻자 마줄스 감독은 단호한 어조로 "이전보다 진출 가능성이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남아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