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AI 월드컵 (下)
-월드컵이 보여준 AI 대중화

"홍명보 감독의 그간 논란을 정리해 줘."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약 30초 만에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전 감독을 둘러싼 논란을 2013년부터 2026년까지 시기별로 총망라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릴 수 있게 이미지로 만들어 줘."
AI는 잠깐 생각하더니 약 1분 만에 각 사건에 맞는 그림까지 곁들여 이미지를 내놨다. 이미지를 저장해 SNS에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 3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내 홍 전 감독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해 SNS에 공유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한국이 처음 월드컵 무대에 진출한 이후부터 역대 성과를 한 번에 정리해달라고 하자, AI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국가대표팀이 거둔 성과를 1~2분 내 정리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일일이 포털사이트나 축구 아카이브 웹사이트를 검색하지 않아도 60년에 이르는 한국 축구 역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단순한 자료 나열을 넘어 예상 가능한 질문에 대한 답변과 분석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를테면 AI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역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건 총 12번, 그중 중남미월드컵을 포함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횟수는 총 9번이고 토너먼트에 진출한 신화적 순간은 총 3번"이라는 식의 요약본이다. 사람이 일일이 횟수를 세거나 추가 질문할 필요가 없다.
각 대회에 주관적 해석을 덧붙이기도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대해서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달아 꺾으며 아시아 국가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대회"라고 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 대해서는 "한국은 이를 통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면서도 "토너먼트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강인, 김민재 등을 주축으로 완전한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미래를 기약한 경기"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AI가 자료 수집부터 분석, 해석까지 수 분 내 내놓는 시대지만, 전문가들은 AI의 답변을 100% 신뢰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AI는 앞서 내놓은 답변 중 '북중미 월드컵'을 '중남미 월드컵'으로 잘못 썼다. 나아가 대중적 공격 대상이 된 특정 인물을 두고 밈(meme), 요약 콘텐츠, 짧은 영상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만큼, 확인되지 않은 정보까지 AI에 의해 반복적으로 재생산돼 마치 사실인 양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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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홍명보 전 감독 사례의 경우) 실제 팬들의 자발적인 반응과 AI가 생성한 패러디 영상, 댓글 등이 혼재해 있어 이를 AI를 활용한 조직적 공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특정 인물에 대한 콘텐츠를 대량생산하고 서로 증폭시키는 형태의 여론형성이 가능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AI에 의해 반복적으로 재생산될 경우 사람들은 이를 여러 독립적인 출처에서 확인한 사실처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제 단순히 AI 생성 콘텐츠에 'AI 제작'이라는 표시를 붙이는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네트워크와 생성과정까지 함께 검증하는 새로운 신뢰체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용자는 AI 생성 콘텐츠를 여러 출처에서 교차검증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상권·퍼블리시티권·복제권·2차적저작물권 침해 소지 우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FIFA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형편없는 실력을 보이며 조기 탈락하자 홍명보 전 감독에 대한 AI 패러디 영상이 쏟아진다. AI가 답답한 마음을 풀어준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초상권 침해를 우려한다.
2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홍 전감독 및 대표팀을 주제로 한 여러 패러디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손흥민 선수가 기자회견 도중 홍 전 감독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머리채를 잡는 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경기 도중 홍 전 감독의 전술 지시를 듣던 황희찬 선수가 홍 전 감독의 얼굴을 때리는 영상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1961년 5·16 군사정변 당시 정치깡패 이정재가 '나는 깡패입니다. 국민의 심판을 받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과 함께 서울 시내를 행진했던 사진에서 이정재의 얼굴을 홍 전 감독의 얼굴로 바꾼 콘텐츠도 인기다. 현수막의 '깡패'를 '적폐'로 바꾸고 홍 전 감독 뒤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등이 뒤따랐다.
이처럼 AI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단순한 풍자를 넘어 AI로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차용하는 경우 저작권 문제나 인물에 대한 퍼블리시티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문제 제기한다. 원저작자의 사용 허락이 없다면 2차적저작물작성권 위반에도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영상출연 당사자의 동의 없이 얼굴과 목소리를 변형해 유포하는 행위는 초상권 침해소지가 높다. 이런 영상을 통해 조회수 수익 등을 올릴 경우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할 수 있다.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원본 콘텐츠를 캡처하거나 가공해 재배포하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복제권 위반이다.
IT(정보기술)업계 관계자는 "AI는 표절과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윤리적 위험을 내포한다"며 "이번 사안의 경우 풍자로 비쳐지나 올바른 AI 활용 및 균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원은 "생성형 AI 이용자는 원하는 AI 산출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입력하는 텍스트나 이미지, 오디오 등의 데이터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침해를 유도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AI 이미지나 영상제작을 위해 특정 이미지나 영상 그 자체를 무단으로 입력한 뒤 생성된 AI 산출물을 이용할 경우 복제권 등 저작권 침해소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