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에게 수비, 최형우에게 태도, 책에서 인생 배웠다... 박승규도 그렇게 누군가의 롤모델이 됐다 [인터뷰]

김동윤 기자
2026.07.15 12:42
삼성 박승규가 스타뉴스와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박승규 선배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지금 제 롤모델이세요."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승규(26)의 거침 없는 질주가 한 고교야구 유망주의 목표를 바꿨다.

박승규는 지난 4월 22일 대구 SSG 랜더스전 8회말 2사 만루에서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에 2루타 하나만 남겨두고도 3루까지 내달렸다. 사이클링 히트라는 진기록보다 팀을 위해 3루까지 내달리는 모습에 "그걸 왜 뛰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 질주는 누군가에게 야구선수가 가져야 할 태도로 남았다.

지난달 광주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광주일고 내야수 조휘원(18)도 그중 하나였다. 조휘원은 "KBO에 가면 최정 선배님과 박승규 선배님을 꼭 한번 뵙고 싶다. 특히 박승규 선배님의 플레이에서 간절함을 느꼈다. 그때 2루에 멈출 수 있음에도 3루까지 가는 걸 보고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 지금은 박승규 선배님이 내 롤모델"이라고 힘줘 말했다.

고교선수들의 롤모델에는 2022년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24년 김도영(23·KIA 타이거즈)처럼 대개 그해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꼽힌다. 아직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한 8년 차 박승규의 이름이 그래서 더 뜻밖이었다.

광주일고 조휘원. 조휘원은 삼성 박승규를 새로운 롤모델로 삼았다. /사진=김동윤 기자
삼성 박승규. /사진=김진경 대기자

누군가 자신을 롤모델로 삼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음에도 박승규의 모습은 차분했다. 최근 대구에서 만난 박승규는 "3루까지 뛰었을 때 주위에선 '너라면 그럴 줄 알았다', '그걸 왜 뛰어 멍청아'라며 안타까워하는 반응도 꽤 많았다"라고 당시의 반응만 전하며 말을 아꼈다.

아직도 주전 경쟁에 나서고 있는 입장이기에 답변은 차분하고 조심스러웠다. 박승규는 일산초-덕수중-경기고 졸업 후 2019 KBO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 82순위로 삼성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한 해 200타석을 초과해 뛰어본 적이 없다.

올해는 폭발적인 장타력을 보여주면서 본격적인 1군 멤버로 올라섰다. 박승규는 69경기 타율 0.286(217타수 62안타) 9홈런 34타점 46득점 6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03으로 삼성의 전반기 1위에 공헌했다.

그럼에도 박승규는 "솔직히 지금도 내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지난해 경험으로 깨달은 내 단점을 보완한 것이 지금 성적으로 잘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또 시즌을 치러 보니까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박승규도 누군가를 바라보며 성장했다. 어린 시절에는 추신수(44·은퇴))를 동경했고, 신인 시절에는 박해민(36·LG 트윈스)을 따라다니며 수비와 관련해 하나라도 더 배우려 애썼다.

그는 "어린 시절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나마 장점이었던 수비에 집중해야 했다. 마침 박해민이라는 리그 최고의 중견수가 우리 팀에 있었고, 운동을 대하는 태도와 수비를 닮고 싶어 계속 따라다니며 물었다"고 돌아봤다.

삼성 시절 박해민(왼쪽)과 박승규(가운데).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시절 박승규(왼쪽)과 최형우.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박해민도 같은 포지션의 후배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했다. 박승규는 "(박)해민이 형이 방향을 잡아준 덕분에 알고 연습할 수 있었다. 아직 배운 대로 완벽히 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내 수비가 더 좋아진다면 해민이 형 덕분"이라며 "당시 워낙 붙어 다니면서 귀찮게 해 지금도 친형처럼 느껴진다.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만나면 많이 까불기도 한다"고 웃었다.

20대 초반 박해민에게 수비를 배웠다면, 2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은 최형우(43·삼성)가 새로운 지향점이 됐다. 박승규는 "고등학교 때부터 롤모델이 사라져 다시는 생기지 않을 줄 알았다. 올해 (최)형우 선배님을 옆에서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모든 걸 닮고 싶고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에 함께하지 못해 시범경기부터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박승규는 최형우에게 타격뿐 아니라 실패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프로의 자세까지 배우고 있다. 박승규는 "타자는 10번 중 3번만 쳐도 잘한다고 하지만, 몇 타석 결과가 좋지 않으면 신경이 쓰였다. 그럴 때 (최)형우 선배님이 마음을 다잡는 법과 시행착오 속에서 얻은 노하우를 내가 헷갈릴 때마다 엄청나게 많이 가르쳐주신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야구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배운다. 몸이 좋지 않아도 경기에 나가려 하고, 늘 먼저 나와 몸을 푸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실천하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중 궁금한 점도 많이 여쭤보는데, 예전에 (박)해민이 형 귀찮게 할 때처럼 지금은 형우 선배님한테 그런다. 그런데도 형우 선배님은 스스럼없이 대해주셔서 편하게 다가가고 있다"라고 미소 지었다.

박승규.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라운드 안에서 선배들에게 경험을 배운다면 밖에서는 매일 책을 읽는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시절 시작한 독서를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삶을 미리 배우고, 조금 더 빠르게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서다.

박승규는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한 건 내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선한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의외로 야구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 또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책에서 알려주기 때문에 삶을 대하는 태도나 많은 부분에서 보고 배운다"고 전했다.

이어 "앞서 말했듯 (박)해민이 형, (최)형우 선배님이 방향을 잡아주듯 책도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원하는 목표에 조금은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책을 읽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선배와 책에서 끊임없이 답을 구하던 박승규는 어느새 어린 선수들이 바라보는 롤모델이 됐다. 그에 대해 뿌듯함보단 책임감이 먼저 나왔다. 박승규는 "과거에도 나를 롤모델로 여긴다는 이야기를 한 번 정도 들은 적 있다. 그땐 내가 성숙하지 않았던 때라 살짝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어린 선수들이 나를 보고 조금 더 올바른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내 말에도 힘이 생긴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고, 그렇게 나로 인해 어린 선수들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나도 좋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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