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 나이에 뛸 때보다 더 잘하는 거 같더라고요."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의 '17세 신성' 김예건(전북 현대)의 이야기가 나오자, 인천 유나이티드 베테랑 이청용(38)이 웃으며 답했다.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6 18라운드 1-0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비록 상대팀 선수이긴 하지만, 소속팀을 떠나 축구계 선배로서 김예건 같은 재능의 등장은 흐뭇하고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청용은 지난 2006년, 만 17세 8개월 10일의 나이로 K리그에 데뷔했다. 지난 4일 데뷔한 김예건(만 17세 10개월 27일)보다 조금 더 빠르지만, 만 17세 K리그 데뷔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재능이 남달랐던 이청용은 이후 볼턴 원더러스와 크리스털 팰리스, VfL보훔 등 잉글랜드와 독일 등 유럽 무대를 누볐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10년 넘게 뛰며 A매치 89경기(9골)에도 출전했다. 이날 경기장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중 한 명인 이청용, 그리고 20년 전 이청용과 같은 나이에 데뷔한 김예건이 함께 뛰었다.
이청용은 김예건에 대해 "기술적으로 굉장히 좋은 거 같다. 축구 팬들도 (플레이를) 굉장히 즐겁게 볼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인 거 같다. 지난 울산 HD전에서 뛰는 걸 봤는데,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좋은 능력을 갖고 자신 있게 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앞으로 다치지 말고 큰 부상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역시 김예건은 그라운드 위에 나선 선수들 가운데 가장 나이는 적었지만, 가장 플레이가 눈에 띄는 선수였다. 그는 팀이 0-1로 뒤지던 후반 22분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K리그1 세 번째 출전이었다. 김예건은 앞서 지난 4일 강원FC전에서 후반 40분, 울산 HD전에선 후반 20분에 각각 출전했다. 사실 이날은 울산전보다 더 일찍 교체 투입을 준비했지만, 공이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지 않는 바람에 한참을 대기하다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왼쪽 측면에 포진한 그는 그야말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저돌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다. 수비수 두 명이 앞에 있는데도, 김예건은 백패스가 아니라 그 사이로 직접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드리블에 실패한 직후엔 곧바로 강력한 슬라이딩 태클로 다시 공을 되찾으려는 적극성도 눈에 띄었다. 후반 29분엔 자기 진영에서 직접 빌드업을 시작한 뒤, 어느샌가 상대 페널티 박스 안까지 투입돼 과감한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10분 뒤 역습 상황에서는 반대로 상대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절묘한 스루패스로 '한 살 많은' 한석진의 슈팅까지 유도해 냈다. 다만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 울산전에 이은 프로 두 경기 연속골에는 실패했다. 팀도 0-1로 져 김예건도 아쉬움을 삼켰다. 일부 아쉬운 플레이도 드러나긴 했으나, 아직 어린 나이에다 이제 겨우 프로 세 번째 경기를 치른 선수라는 점에서 아쉬운 플레이에 의미를 둘 순 없었다. 오히려 K리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저돌적이면서도 번뜩이는 플레이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컸다. 이청용도 "상대 선수로서 저희한텐 위험한 선수였다. 그래서 더 주의를 해서 막으려고 했다"고 했다. 벌써 이 정도 존재감이 된 셈이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예건은 "상대가 점점 더 거칠어질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런 건 신경 안 쓰고 하던 대로 하려고 했다. (많은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한) 부담은 조금 있지만, 딱히 신경은 안 쓰고 훈련 열심히 하면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전 시간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는데, 당장 저는 형들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경기에 뛰는 것만으로도 좋다. 형들을 도와 우승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부상 안 당하고, 차근차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