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인상→26살 은퇴→카페 사장 변신'... 양지영의 두 번째 도전 "농구는 아쉬움뿐, 빵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

이원희 기자
2026.07.27 19:12
WKBL 신인선수상 출신 양지영이 은퇴 7년 만에 서울 용산구에 카페를 열고 사장으로 변신했다. 2019년 26세의 나이로 은퇴한 그는 베이킹을 배우며 새로운 행복을 찾았고 직접 만든 빵과 케이크를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양지영은 농구 선수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으면서도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후배 선수들과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양지영. /사진=양지영 제공
빵을 만드는 양지영. /사진=양지영 제공

"제가 직접 만든 빵을 손님들이 맛있게 드실 때 가장 행복해요."

26세의 이른 나이에 코트를 떠났던 'WKBL 신인선수상 출신' 양지영(33)이 은퇴 7년 만에 카페 사장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시종일관 밝은 웃음이 묻어났다.

숙명여고 출신인 양지영은 한때 한국 여자농구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2011년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2순위로 용인 삼성생명에 입단했고, 프로 두 번째 시즌인 2012~2013시즌에는 생애 한 번뿐인 신인선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양지영은 2019년 당시 26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용인 삼성생명과 인천 신한은행에서 포워드로 9시즌을 뛰며 정규리그 통산 93경기에 출전해 평균 1.9득점, 0.9리바운드, 0.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마지막 시즌인 2018~2019시즌에는 31경기에 나서 평균 3.5득점, 1.5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올렸다.

가족도 모두 농구와 인연이 깊다. 어머니 문경자 씨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의 주역이다. 두 살 어린 동생 양인영(부천 하나은행)도 프로선수가 되면서 자매가 나란히 WKBL 코트를 누볐다. 당시 두 사람은 여자프로농구 역대 두 번째 자매 선수로 주목받았다.

이제 양지영은 유니폼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들을 맞는다. 그는 지난달 초 서울 용산구에 카페를 열고 인생의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요즘 양지영은 직접 빵을 만들기 위해 오픈 3시간 전부터 출근하는 등 빠른 하루를 시작한다. 양지영은 27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매일 아침 일찍 나와 빵을 만들고 오픈 준비를 한다"며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몸이 적응한 것 같다"고 웃었다.

선수 시절 양지영. /사진=WKBL 제공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은퇴 이후 새로운 진로를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배웠고, 결국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에서 답을 찾았다.

양지영은 "은퇴 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이것저것 해봤다. 그런데 제가 원래 먹는 것에 진심이었다"며 "특히 빵을 정말 좋아했는데, 어머니께서 '그렇게 빵을 좋아하면 네가 직접 만들어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본격적으로 베이킹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취미였다. 직접 만든 빵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줬고,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베이킹이 주는 행복을 알게 됐다.

양지영은 "빵을 만드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반죽하는 것부터 좋았다"며 "빵을 만드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눈앞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도 풀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제가 만든 빵을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행복이 컸다"며 "계속 공부하면서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고, 좋은 기회가 생겨 카페까지 열게 됐다"고 말했다.

직접 만드는 만큼 메뉴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양지영은 "제가 빵을 모두 직접 만들다 보니 더 애정이 간다"며 "제과와 제빵을 모두 배웠지만, 지금은 제가 가장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 메뉴들로 구성했다. 그중에서도 치즈케이크가 가장 맛있다. 다른 곳과는 다른 꾸덕한 맛이 있다"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카페는 벌써 여자농구 선수들과 WKBL 팬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 됐다. 양지영은 "초창기에 농구를 함께했던 친구들이 많이 홍보해줬고, 농구 팬들도 많이 찾아와 주셨다"며 "맛있다고 말씀해주실 때 정말 뿌듯하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양지영과 양인영(오른쪽). /사진=WKBL 제공

가장 자주 찾아오는 손님이자 든든한 조력자는 동생 양인영이다. 양지영은 "제가 농구장에 가는 것보다 오히려 인영이가 카페에 더 자주 온다"며 "토요일 오전 훈련이 끝나면 거의 매주 찾아온다. 카페에 와서 설거지를 비롯해 여러 일을 도와주고 집에 간다"고 말했다. 동생의 아르바이트 비용을 묻자 그는 "케이크 하나 주면 된다"고 웃었다.

양지영은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동생에게 성적보다 건강과 행복을 바랐다.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양인영이 부상과 재활을 견디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는 "인영이가 어깨 때문에 아파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모습을 봤다. 집에서도 매일 막대기와 밴드를 이용해 재활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며 "이제는 더 다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농구하면서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5월 결혼한 남편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매일 퇴근한 뒤 카페로 와 청소를 돕고, 주말에도 함께 가게를 지킨다. 양지영은 "신혼을 즐길 시간이 없다"며 "남편이 매일 퇴근하고 카페에 와 청소를 해준다. 주말도 따로 없다"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전했다.

현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웃고 있지만,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 여전히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양지영이 은퇴를 결정했을 당시 어머니와 동생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붙잡았다. 하지만 당시 그의 마음은 확고했다.

양지영은 "은퇴할 때 어머니와 동생을 비롯해 모두가 말렸다. 하지만 제 의지가 워낙 확고했다"며 "그때는 몸과 마음이 모두 너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팀 성적도 좋지 않았고, 모든 것이 다 제 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생각들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더 힘들어졌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경기에 집중하는 양지영. /사진=WKBL 제공

시간이 흐른 뒤 코트를 돌아보니 후련함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양지영은 "농구를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밖에 없다"며 "지나고 보니 그때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어린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자신 있게 슛을 던지고,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힌다. 어린 선수들인데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잘한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하지 못했을까. 나도 한번 해볼걸'이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도 그 선수들처럼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면서 자신 있게 해보고 싶었다"며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을 후배들에게는 먼저 힘든 시간을 지나온 선배로서 조언을 건넸다.

양지영은 코트에 있는 후배들을 향해 "선수들이 모두 잘 이겨내겠지만, 힘든 생각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면 더 힘들어진다"며 "어떻게든 그 순간은 지나간다. 너무 오래 붙잡고 있지 말고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모두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지영이 만든 빵. /사진=양지영 제공

마지막으로 양지영은 은퇴 후에도 변함없는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는 WKBL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신인 시절부터 저를 응원해주셨던 팬께서 카페에도 자주 찾아오신다"며 "제 팬이 아니더라도 여자농구를 좋아하는 팬분들이 많이 찾아와 주신다. 벌써 단골이 된 농구 팬들도 꽤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생활을 그만둔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5년 뒤, 10년 뒤에도 계속 찾아올 수 있는 카페가 되도록 저도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양지영. /사진=양지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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