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를 머릿속에 그려놓는다" 21세가 이런 디테일이라니... 김하성 이후 키움 유격수, 권혁빈이 도전한다 [인터뷰]

잠실=김동윤 기자
2026.07.30 13:25
키움 히어로즈의 권혁빈은 롤모델 김하성 이후 공석이 된 유격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타구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경기 전 펑고 연습을 최대한 많이 소화하며 수비 디테일을 챙기는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10경기 타율 0.355를 기록하며 타격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 권혁빈은 남은 시즌 동안 감독과 팬들에게 믿음을 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키움 유격수 권혁빈이 29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키움 히어로즈 권혁빈(21)이 롤모델 김하성(31·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이후 무주공산이 된 유격수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권혁빈은 칠성초-경상중-대구고 졸업 후 2025 KBO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 전체 61순위로 키움에 입단한 우투우타 내야수다. 타고난 야구 센스와 빠른 발을 앞세워 대구고 2학년 때 전학한 뒤 주 포지션이 아닌 우익수로도 봉황대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손경호 대구고 감독은 스타뉴스에 "(권)혁빈이는 기본적으로 야구 센스가 있다. 수비 하나만큼은 고교 시절에도 타고났다. 화려하진 않아도 상황에 맞는 정확한 플레이를 했다. 발도 빠르고 수비가 좋아서 어느 자리에서도 제 역할을 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3학년 올라와서 주전 유격수로 뛰었는데 '어떻게 저런 수비를 하지'하는 장면이 많았다. 한번은 최강야구(현 불꽃야구)와 경기에서 스텝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도 2루 베이스를 밟고 곧장 1루로 정확히 송구해 병살을 잡았다. 그 장면을 본 이광길 코치가 '쟨 고교 레벨에서는 최정상급이다'라고 했었다"고 떠올렸다.

지난 2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권혁빈의 센스가 돋보였다. LG가 2-1로 역전한 4회말 2사 1, 2루에서 구본혁의 땅볼을 잡은 뒤 1루가 아닌 3루를 선택해 추가 진루를 막았다. 이어 박해민의 땅볼까지 직접 처리하며 추가 득점 흐름을 끊었다. 고작 2년 차, 21세 유격수답지 않은 시야와 침착함이었다.

키움 유격수 권혁빈이 28일 잠실 LG전 4회말 2사 1, 2루에서 LG 구본혁의 땅볼 타구를 3루로 송구해 진루타가 되는 걸 막았다. /사진=TVING 제공

권혁빈은 어디서 이런 디테일을 챙겼을까. 29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난 권혁빈은 "타자가 치기 전에 타구가 왔을 때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머릿속으로 상황을 미리 그려놓는다. 어린 시절 감독, 코치님들이 그러셨고 문찬종 코치님도 많이 얘기해주는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코치진이 경기 전 제공하는 타자 분석과 주요 구종을 바탕으로 타구 방향을 예측한다. 권혁빈은 "코치님들이 수비 위치를 잡아주시는데 직구와 변화구에 따라 '이쪽으로 타구가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한두 발 정도 미리 움직이면 실제로 그쪽으로 타구가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수비력을 키우는 데 있어서는 요령이 없다는 것이 권혁빈의 생각이다. 권혁빈은 "각 구장에 가면 코치님들이 체력 안배를 위해 펑고를 조금만 받게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구장마다 땅의 상태와 바운드가 모두 다르다. 그 특성을 잘 알아야 타구의 바운드를 쉽게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난 시합 전에 펑고를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베테랑 내야수들도 타구가 낮고 빨라 까다롭다고 하는 고척돔 그라운드도 많은 연습을 통해 익숙해졌다. 권혁빈은 "고척돔은 매일 연습하는 곳이라 타구가 빠르긴 해도 매일 훈련해서 적응됐다"라며 "다른 구장은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원정에서도 최대한 수비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고 웃었다.

2026 신한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가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키움 권혁빈이 5회말 1사 2루에서 1티점 적시 2루타를 날리고 출루한 후 1루 코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권혁빈에게 고척돔은 롤모델 김하성이 뛰던 만큼 내적 친밀감은 상당하다. 권혁빈은 "김하성 선배님의 수비를 어릴 때부터 많이 참고했다. 선배님이 움직이는 걸 보며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을 잡거나 던지는 동작을 많이 따라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날씨가 더워지고 체력적으로 힘들다 보니 나도 모르게 타구를 따라가는 게 버거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그만큼 유격수에게 애착이 있고 수비에도 자신 있다. 체력을 키우고 스피드와 첫발 스타트를 더 보완해서 김하성 선배님처럼 넓은 수비 범위를 가지는 게 현재 목표"라고 포부를 전했다.

김하성을 동경해 유격수를 시작한 어린 소년이 어느새 김하성과 호흡을 맞추던 서건창(37)과 키스톤 콤비를 이루고 있다. 권혁빈은 "(서)건창 선배님은 내게 항상 긍정적인 말만 해주신다. 따로 지적도 안 하시고 내가 송구를 잘못해도 다 잡아주신다. 그래서 나도 송구를 믿고 하는데, 아직은 내가 더 선배께 믿음을 더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프로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중학교 때는 체격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았고, 올 시즌은 육성선수로 출발했다. 1군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그러나 손 감독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권)혁빈이는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도 자기 할 일을 알아서 해내는 선수다. 콘택트 능력도 좋았다. 힘만 붙으면 1군 투수들의 공도 충분히 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키움 유격수 권혁빈이 28일 잠실 LG전 2회말 2사 1, 2루에서 LG 구본혁의 땅볼 타구를 부드럽게 아웃시키고 있다. /사진=TVING 제공
2026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 대 키움 히어로즈 경기가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키움 권혁빈이 3회초 2사에서 좌월 2루타를 날리고 출루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프로에서도 달라진 건 없었다. 오프 시즌 내내 학교를 오고 가며 훈련에 매진했던 권혁빈은 이번 올스타 브레이크도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그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 최근 10경기 타율 0.355(31타수 11안타)로 차츰 타격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권혁빈은 "쉴 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반기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뭐라도 하면서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대구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했다"고 웃었다. 이어 "확실히 처음 1군에서 많은 공을 보지 못해 타이밍이 늦고 스윙도 컸다. 후반기 들어갈 때 코치님이 스윙을 짧게 가져가자고 하셨는데, 다행히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후반기 키움 상승세에 일조하는 권혁빈에게 벌써 김하성의 후계자를 찾았다고 기대하는 시선이 있다. 그만큼 김하성이 2021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이후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던 키움 유격수 자리에 나타난 권혁빈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김하성이 2021년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키움은 확실한 주전 유격수를 찾지 못했다. 권혁빈에게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권혁빈은 "아직 이 자리가 내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은 두 달 동안 감독님과 팬들께 믿음을 드려야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뛸 기회가 생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남은 두 달 동안 악착같이 해보겠다. 올해는 내년을 위한 희망을 보여드릴 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도 내가 선발로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키움 유격수 권혁빈이 29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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