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연속이다.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독단적인 상업 지분 매각 추진을 강력히 비판했던 고위 간부가 결국 해고 통보를 받았다.
영국 매체 'BBC'는 18일(한국시간) "인판티노 회장이 추진하다 무산된 대회 지분 사모펀드 매각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케빈 라무어 FIFA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비판 발언을 한 지 채 3주도 지나지 않아 경질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FIFA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2026년 8월 17일부로 FIFA와 라무어 COO의 업무 관계가 종료됐다. 지난 2년간의 헌신에 감사하며 앞날에 행운을 빈다"고 짧은 입장을 내놨다.
심지어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룀 FIFA 사무총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과 FIFA 평의회 위원들에게 전달한 서한을 통해 "최근 논의 끝에 라무어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UEFA 사무차장 출신으로 2024년 11월 FIFA에 합류했던 라무어 COO는 지난달 논란의 중심에 선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 프로젝트에 대해 "한 사람의 단독 프로젝트"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그는 "축구계 지도자들이 이제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FIFA 내부 행정조직마저 이 프로젝트에 대해 기만당했다"며 "수백 명의 헌신적인 FIFA 직원들의 사명은 축구에 봉사하는 것이다. 회장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단결시키며 영감을 주어야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정반대의 상황을 겪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조직에 대한 충성의 의무도 있지만 지켜야 할 가치와 동료들을 지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프로젝트는 월드컵을 비롯한 모든 FIFA 대회의 상업 및 티켓 판매 권리를 전담할 신설 법인의 지분 21%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려던 계획이었다. 해당 투자 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집안과 연결된 미국 벤처캐피털 스라이브 캐피털이 주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거센 반발을 샀다.
세계 축구계의 분열까지 유발한 스캔들이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연대해 "기만행위로 신뢰를 무너뜨렸다. "월드컵 보이콧까지 불사하겠다"고 뜻을 밝히자 결국 프로젝트는 백지화됐다. 이 과정에서 카를로스 코데이로 전 수석고문이 사임한 데 이어 라무어 COO까지 내부 비판을 이유로 숙청당하는 등 내부 갈등의 골이 극에 달하고 있다.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판티노 회장을 교체한다면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공개 옹호에 나섰다.
다만 인판티노 회장을 향한 전 세계 축구계의 사퇴 압박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과거 UEFA 사무총장 재직 시절 여성 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 및 공금 유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역대급 불륜 논란이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말단 직원이었던 이 여성은 간부급으로 고속 승진한 것도 모자라 퇴사 이후에는 유소년 축구 발전 등에 쓰여야 할 UEFA 공금으로 연간 수강료가 약 4만 5000파운드(약 8600만 원)에 달하는 비즈니스 스쿨 MBA 과정 학비까지 지원받았다. 당시 미셸 플라티니 전 UEFA 회장이 문제를 제기하자 인판티노 회장이 거액의 합의금을 쥐여주며 입막음용으로 퇴사시켰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내년 3월 차기 회장 선거(4선 도전)를 앞두고 UEFA와 CONCACAF가 공식 지지를 철회한 가운데 스코틀랜드 축구협회도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아일랜드에 이어 인판티노 지지 철회 대열에 공식 합류했다. 축구 거버넌스 시민단체 '페어스퀘어' 역시 인판티노의 차기 회장 선거 출마 금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FIFA에 발송했다. 반대파 세력은 비상 회의를 소집해 인판티노 회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거나 대항마를 내세워 정권 교체를 이뤄내겠다는 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