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LA 다저스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33)는 얼마 전까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날 줄 몰랐다. 6월말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온 뒤 두 달째 타격감이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부상 여파로 골반이 너무 일찍 열리며 타격 밸런스가 깨졌고, 외야 수비마저도 급격히 흔들렸다.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지난달 말 원정 기간 에르난데스를 플래툰으로 기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에르난데스 입장에선 풀타임 주전 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그만큼 스스로도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로버츠 감독을 먼저 찾아간 에르난데스는 “내가 제 역할을 못하고, 다른 선수를 그 자리에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지직접 속내를 전했다. 주전 자리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로버츠 감독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에르난데스를 믿었다. 9월 확장 로스터 때 라이언 워드나 제임스 팁스 3세 등 에르난데스와 함께 플래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젊은 좌타 외야수를 콜업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내야수 알렉스 프리랜드를 올린 것이다. 로버츠 감독은 “우리는 외야수를 콜업하지 않았다. 그건 에르난데스에게 거는 일종의 베팅이었다”고 말했다.
에르난데스는 그 믿음에 제대로 보답하고 있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6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 홈런을 폭발하며 확실한 반등을 알렸다. 3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으로 펄펄 날며 다저스의 6-3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최근 10경기에서 에르난데스는 타율 4할5리(37타수 15안타) 2홈런 11타점 OPS 1.149로 완연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4일 세인트루이스전 9회 끝내기 역전 2타점 2루타 포함 최근 5경기에서 9타점을 쓸어담으며 찬스에 강한 클러치 히터로서의 면모를 재확인하고 있다. 시즌 성적도 108경기 타율 2할6푼1리(380타수 99안타) 13홈런 55타점 OPS .740으로 끌어올렸다.
경기 후 ‘스포츠넷LA’와 방송 인터뷰에서 에르난데스는 “팀에 도움이 되고 있어 정말 좋다. 한동안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이제야 그렇게 하고 있다. 지금 이 상태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은 “에르난데스가 라인업 중간에 있을 때 우리는 확실히 더 좋은 팀이 된다. 좌우 투수 가리지 않고 장타를 칠 수 있는 것 자체가 상대에게 위협이 된다. 지난 7~8일 동안 에르난데스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리그에 없는 것 같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또 그가 팀에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덕아웃에 전해지는 것도 좋았다”고 흡족해했다.
스포츠넷LA 포스트게임쇼 해설가 제리 헤어스턴 주니어도 “에르난데스가 타석에서 보여준 조정이 마음이 든다. 타이밍을 조금 더 일찍 잡으면서 공을 끝까지 볼 수 있게 됐고, 스윙을 서두르지 않는다. 프린스 필더의 우타자 버전처럼 짧은 토탭 동작을 가져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안타를 치고 있다”며 “큰 경기에서 얼마나 많은 결정타를 친 선수인가. 이 도시에서 2년 연속으로 우승 퍼레이드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에르난데스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해에도 시즌 때는 사타구니 부상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가을야구에서 17경기 홈런 5개를 몰아치며 13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7회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폭발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도 전체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가을야구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점점 높이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