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 들어서자 청년 창업가 200여명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40여명은 인도네시아에서 온 청년들이었다. 부산에서 성장한 스타트업 라온프렌즈·패브릭덕트, 인도네시아의 지이삭(GISAC)·아이그라(AIGRA)·라이프가드(Lifeguards) 등이 한 공간에 차린 부스들도 있었다.
이날 BPEX에서 열린 행사는 '클라이밋 솔브 위크(Climate SOLVE Week)'로, 한국·인도네시아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일종의 네트워크 세션이었다. '솔브(SOLVE)'는 '스타트업을 연결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한다(Startup Open Linked Vitalization Ecosystem)'의 약자다. 양국의 청년들은 한 공간에 모여 자연스럽게 서로의 사업 아이디어와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다. 곳곳에서 "굿 아이디어(Good Idea)"라며 서로를 추켜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클라이밋 솔브 위크'는 SK이노베이션 E&S가 부산시 등과 손잡고 주도한 행사다. SK이노베이션 E&S는 그동안 부산과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해 온 청년 창업가 지원 사업인 '아임인부산'과 '마주온'을 올해 처음 하나로 통합해 '클라이밋 솔브 위크'를 출범시켰다.
LNG(액화천연가스) 등을 다루는 에너지 기업 SK이노베이션 E&S가 청년 창업가 육성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행사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지용민 SK이노베이션 E&S 지속가능경영실장은 "창업가를 지원·육성하는 일은 지역사회와 회사 양측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 결과이자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SK그룹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며 "에너지 사업 특성상 대규모 기반 시설이 필요한 만큼 지역사회는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며 이들의 지지와 신뢰는 필수"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E&S의 창업가 육성 역사는 2019년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는 당시 한국GM 군산공장 철수 등으로 침체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6개 창업팀을 선발해 3년간 사업화 지원금부터 주거공간, 창업 코칭 등을 지원했다. 그 결과 올해 기준 창업팀의 약 80%가 사업을 유지 중이며 40%는 군산에 정착했다. 누적 매출은 18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4년 부산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아임인부산'으로 이어졌다. 부산은 대학, 기관, 투자사 등 자원이 풍부한 도시 특성을 고려해 이 같은 인프라를 스타트업과 연결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첫 해는 부산 시민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은 해양 환경과 온실가스 문제를 다루는 기업을 선발했고 작년에는 부산시가 중요하게 여긴 수소와 분산에너지로 현안을 좁혔다. 3년 차인 올해는 인공지능(AI) 화두에 맞춰 AI 전환 기반의 스타트업 10개사를 선발했다.
지난해부터는 인도네시아 청년들이 기후문제를 다루는 창업가로 성장하도록 돕는 '마주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지 8개 대학과 협약을 맺고 500명 이상의 대학생과 청년 창업가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137개의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아이디어 발굴부터 사업화, 현장 방문까지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하고 온·오프라인 해커톤 등을 병행해 지속적인 육성 체계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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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배운 '동행', 부산에서 얻은 '연결' 이 두 가지를 인도네시아 '마주온'에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앞으로도 각 지역에서 창업가가 계속 탄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게 SK이노베이션 E&S의 목표다. 지 실장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열정과 지역에 대한 애정이 없었으면 지난 8년간 군산과 부산, 인도네시아에서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후테크 생태계 활성화와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