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찬익 기자] “늑대들을 모조리 처단하고, 사냥꾼이 늑대들을 어깨에 메고 걸어 나왔다”.
“내일 선발하고 싶다” 자청하더니
정윤진 감독이 이끄는 18세 이하(U-18) 야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우승을 확정한 뒤 정윤진 감독은 특유의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기쁨을 만끽했다.
한국은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8년 만이자 통산 6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의 일등공신은 단연 하현승이었다. 결승 선발로 나선 하현승은 7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두며 일본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번 대회 최종 성적은 3승 무패, 15⅔이닝 25탈삼진 무실점. 말 그대로 ‘미스터 제로’였다.
정윤진 감독은 우승 직후 “이번 대회를 잘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신 대한야구협회 양해영 회장님을 비롯한 협회 실무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송병준 단장님도 선수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뭐니 뭐니 해도 네 분의 코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약 3주 동안 우리 코칭스태프를 잘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도 무한한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윤진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한국 아마추어 야구가 녹슬지 않았다는 걸 꼭 보여주겠다”고 자신 있게 선언했다. 그리고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했다.
그는 “그 말을 하고 나서도 사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결국 이뤄냈고 약속을 지키게 돼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우리 아마추어 야구의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아직 충분히 아시아에서 1등을 할 수 있고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야구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늑대의 굴에서 살아 나온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정윤진 감독 특유의 입담이 폭발했다. “늑대들을 모조리 처단하고, 사냥꾼이 늑대들을 어깨에 메고 걸어 나왔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강호들을 연이어 넘어섰다. 대만과의 첫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했고 일본과 두 차례 만나 모두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자 정윤진 감독은 “세 경기 모두 기쁘고 행복하지만 첫 경기에서 대만을 적진에서 이겼을 때가 가장 기뻤던 것 같다”며 “숙적 일본을 두 번째 경기에서 이겼고 오늘 결승까지 두 번이나 이겼다. 완승을 거둬 한없이 기쁘고 행복하다”고 했다.
선수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정윤진 감독은 “아직 경황이 없어 선수들에게 특별히 해준 말은 없다. 못난 감독을 잘 따라와 줬고 단 한 명의 낙오자도, 큰 부상도 없었다”며 “이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훌륭한 선수들과 3주간 동고동락한 것이 제 일생에서 가장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승에서 하현승에게 7이닝을 모두 맡긴 과정도 공개했다. 애초 정윤진 감독의 구상은 4이닝 정도였다.
그는 “투수 코치에게 보고를 받았는데 7회도 본인이 올라가겠다고 했다. 사실 오늘은 4회 정도까지 생각했는데 투구 수도 정말 적었다. 본인이 계속 가겠다고 해서 맡겼다”고 설명했다.
하현승의 선발 등판 자체도 선수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정윤진 감독은 “어젯밤 하현승이 ‘내일 선발하고 싶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그러면 한번 해봐라’고 했는데 정말 잘 던졌다”고 했다.
이어 하현승을 향해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하현승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선동열, 최동원 같은 대들보, 국보급 투수가 될 것 같다”. 정윤진 감독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이제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프로 무대로 향한다. 정윤진 감독이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성적이나 경쟁이 아닌 ‘건강’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양해영 회장님께서 일본의 유명 트레이너 다카하시 씨를 특별히 초빙해주셨다. 부산에서 열흘 가까이 선수들과 함께하며 여러 가지 좋은 메커니즘과 특히 부상 예방법을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이 프로에 가서도 부상 없이 야구했으면 좋겠다. 부상을 막으려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정말 부상 없이 야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제자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한국 아마추어 야구가 녹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겠다’던 정윤진 감독의 약속은 8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으로 현실이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일본을 두 번 꺾고 당당하게 돌아온 태극전사들이 있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