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결과다. 한국 여자 배구가 아시아 무대에서도 3위 안에 들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2일 일본 아이치현 파크 아레나 고마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태국에 0-3(20-25, 19-25, 23-25)으로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썼던 한국 여자배구지만 아시안게임 무대에서도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다. 준결승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한 데 태국을 상대로도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좌절했다.
항저우 대회 때 5위에 그쳤던 한국은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지만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결과다.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김연경과 양효진 등이 대표팀에서 은퇴했고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거쳤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을 선임하며 세대 교체를 준비했지만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30연패를 당하는 등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지난 1월 차상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재도약을 준비한 한국은 지난 6월 AVC(아시아배구연맹)컵에서 7전 전승으로 오랜만에 국제대회 우승을 경험하며 기세를 높였고 세계 랭킹도 28위까지 끌어올렸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확인한 대회였다.
조별리그에서 3연승을 달렸고 8강전에서 카자흐스탄도 셧아웃 제압했지만 세계 6위 일본, 13위 태국 앞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강소휘가 10점, 이다현이 9점을 내며 분전했으나 범실이 속출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8년 만에 메달 도전에 나섰으나 물거품이 됐다.
1세트 초반 앞서가던 흐름에서도 석연치 않은 판정 이후 급격히 흔들리며 무너졌다. 2세트에도 중반 이후 범실과 함께 흐름을 내주며 패했고 3세트 막판까지 끈질긴 승부를 펼쳤으나 23-24에서 아쉬운 공격으로 허무한 패배를 당했다.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 태국에 패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과 태국을 만나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체격 조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세계 무대라면 몰라도 비슷한 조건을 갖춘 아시아 무대에서도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세계의 벽에 맞설 경쟁력을 갖춘 중국과 일본은커녕 태국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건 씁쓸함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