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 5회 연속 우승을 이뤄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경험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축하와 함께 수고했다는 말을 전한다.
다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을 상대로 25일 슈퍼라운드에서 0-5로 완패하고 27일 결승전에서도 3-1로 힘겨운 승리를 따냈다. 그럼에도 금메달 확정 후 선수들이 펄쩍펄쩍 뛰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기쁜 일이기는 하지만, 상대가 어떤 팀이었는지를 생각하고 조금 자제하는 것이 프로다운 면모가 아니었을까 싶다.
대표팀 감독 경험자로서 이번 대회 한국과 일본의 벤치 움직임과 투수 기용에 대해 평가를 해보려 한다.
일본전은 언제 어느 종목이든 부담이 크지만 아시안게임 야구는 특히 그렇다. 한국은 프로 선수가 출전하는 반면 일본은 사회인(기업) 선수들이 나서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 탓인지 이번 한국 대표팀의 작전은 그다지 매끄럽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안타를 많이 치고도 찬스에서 해결을 못해 오히려 끌려가는 느낌을 줬다. 수비 시프트에서도 민첩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유격수 김주원이 어려운 타구를 잘 따라가 잡아내긴 했지만 위치를 조금만 옮겼다면 더 쉽게 처리할 수도 있었다.
일본 대표팀의 경우 선수들이 매우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벤치는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한 점 차 뒤진 무사 2루 찬스에서도 번트를 시도하지 않았다. 한국 선발 곽빈의 공을 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1사 3루를 만들었다면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을 텐데, 마치 메이저리그의 수준 높은 팀처럼 선수들에게 맡기는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로선 다행이었다.
일본 투수 히구치 신이 슈퍼라운드 한국전에 이어 하루만 쉬고 결승전에 다시 선발 등판한 것을 두고도 이러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프로야구와 일본 사회인 야구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은 귀국 후 곧바로 소속팀에 합류해 리그를 이어가야 하지만, 일본 선수들은 대회를 마치면 다음 경기 때까지 푹 쉴 수 있다. 그들의 시스템 속에서는 이러한 선발 등판이 가능한 것이다.
과거 얘기이지만, 미국의 사이 영(22년간 통산 7356이닝 511승)이나 일본의 이나오 가츠히사(1961년 42승 404이닝) 같은 철완들도 있었고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에도 투수가 선발 등판 후 하루 쉬고 대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팀마다 투수가 30명이 넘는 요즘 KBO리그와는 운용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투수가 오래 쉬고 나간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투구를 펼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일반인들도 무심코 강가에서 돌멩이 하나를 던지다가 어깨나 팔꿈치를 다치기도 하지 않는가. 오히려 자주 던지면 투구 때 쓰는 근육이 강화될 수 있다. 프로에서도 스프링 캠프와 가을 마무리 훈련에서 투수들에게 일주일 단위로 공을 수백개씩 던지게 해 제구력과 어깨 근육을 단련시킨다.
최근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심지어 학부형들이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고 투수 기용을 간섭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마냥 쉰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던져 혹사가 돼서도 안 되므로 적절하게 조절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인식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현 KBO 원로자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