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갑니다" 실언에 '인생역전' 스토리 꺾이나, 이기혁 대표팀 복귀 '불투명'

김명석 기자
2026.10.28 04:30
2026 북중미 월드컵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이기혁이 병역 관련 실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아시안게임 우승 직후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한 것이 국민적 공분을 샀으며,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되어 대한체육회 차원의 징계 요구까지 나왔다. 이로 인해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의 11월 중동 2연전 명단 합류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축구대표팀 이기혁이 지난 9월 22일 파로마 미즈호 럭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D조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전반 수비를 따돌리며 볼줄곳을 찾고 있다. /사진=강영조 cameratalks@

그야말로 '인생역전'이었다.

지난 5월, 이기혁(26·강원FC)은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소집된 건 지난 2024년 11월 단 한 번, 그것도 쿠웨이트전 엔트리 제외 후 팔레스타인전 벤치를 지킨 게 전부였던 선수였다. 그런데도 K리그에서의 활약, 그리고 월드컵 직전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의 부상과 맞물려 홍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단순히 A대표팀 승선을 넘어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이기도 한 '월드컵 최종 엔트리'였다.

뿐만 아니었다. 그는 트리니다드토바고, 엘살바도르와의 월드컵 전 평가전에 모두 선발로 나서더니 체코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어진 월드컵 본선 3경기에도 모두 선발 출전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기혁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한범(미트윌란)으로 이뤄진 스리백에 단 한 번 변화를 주지 않았다. 지난 2022년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의 부름을 받아 깜짝 발탁된 것을 제외하고 태극마크와 별 인연이 없었던 이기혁은, 단숨에 월드컵 무대를 주전으로 누빈 국가대표 센터백이 됐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2026 아이치·나고야(일본) 아시안게임에도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낙점돼 이민성호에도 승선했다. 주장 완장까지 차고 대표팀을 이끌었고, 기어코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던 선수가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깜짝 승선해 전 경기에 출전하더니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정상까지 섰다. 남자축구 결승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만 해도 이기혁의 커리어는 '인생역전'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 직후 인터뷰에서 "군대 안 갑니다"라는 인터뷰로 논란이 됐던 이기혁. /사진=영상 캡처

"군대 안 갑니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한 그의 이 한 마디는 앞선 인생역전 스토리에 치명적인 오점이 됐다. 상무 입대를 며칠 앞두고 있던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됐는데, 환하게 웃으며 한 이 실언이 결국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양민혁(KVC 베스테를로)이나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 U21)도 각각 인터뷰와 전역모 사진으로 논란이 된 가운데, 이기혁의 실언은 대표팀을 이끈 맏형이자 주장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지탄을 받았다.

이기혁은 귀국 현장에서도, 그리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도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이기혁을 비롯한 3명의 이름이 직접 거론되고, 급기야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윤리위원회를 열고 이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왔다. 금메달을 통한 병역 혜택에 매몰된 모습에 여론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한 병역 혜택을 없애야 한다는 쪽으로 많이 기운 상태다. 실제 국회나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 폐지 내지는 축소, 입대 시기 연기 등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이기혁의 A대표팀 재승선도 사실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태가 됐다. 당장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감독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중동 2연전 평가전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월드컵 전 경기 선발 출전에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이끈 이력만으로도 그의 A대표팀 승선은 자연스러운 상황. 다만 비판 여론이 워낙 거세다는 점에서 모레노 감독 입장에선 발탁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모레노 감독 입장에선 비판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기혁을 뽑아야 할 상황도 아니다. 모레노 감독 부임과 함께 대표팀 전술이 백4로 바뀌면서 중앙 수비수 자리는 두 자리로 줄었다. 9·10월 A매치 4연전에서는 김민재와 이한범이 4경기 중 무려 3경기에서 선발 호흡을 맞췄다. 왼발잡이 센터백은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이 출전해 4연전 모두(선발 1경기) 출전했다. 김주성 역시도 최근 부상에서 회복해 J리그 무대를 누비고 있다.

이미 실언으로 인해 거센 비판을 받은 가운데, 월드컵·아시안게임을 거치고도 11월 A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다면 한때 주목받던 그의 '인생역전' 스토리 역시 그야말로 허망하게 꺾이게 된다. 나아가 대표팀에서 반드시 필요할 정도의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한, 태극마크와 다시 인연을 맺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누구를 탓할 문제는 아니라 이기혁으로선 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주장을 맡았던 이기혁.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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