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를 뛰어넘어야죠."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국제 가을리그가 대회 수준과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찾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수뇌부 역시 그 차이를 인정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국제 교육리그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2026 울산-KBO 가을리그(Fall League)'에는 국내 8개 팀과 해외 4개 팀 등 총 12개 팀이 참가했다. 미국 독립리그 연합팀 롱비치 코스트가 10승 2무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우승했고, 창단 첫해인 울산 웨일즈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회는 2024년 9개 팀으로 출발해 지난해 11개 팀, 올해 12개 팀까지 성장했다. 미국, 일본, 호주,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이 한국에서 경쟁한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참가팀 숫자가 늘어난 만큼 경기 수준도 함께 높아졌는지는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비교 대상으로 꼽히는 대회는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피닉스리그다. 2004년 시작돼 올해 23회째를 맞은 일본의 대표적인 가을 교육리그로, 올해는 10월 7일부터 28일까지 22일간 진행됐다.
일본프로야구(NPB) 12개 구단이 모두 참가했고, 오이식스 니가타와 하야테 시즈오카, 일본 독립리그 선발팀 2개 팀에 한국의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까지 총 18개 팀이 출전했다. 미야자키현 내 6개 도시에서 156경기가 편성될 정도로 규모와 운영 경험이 축적된 대회다.
반면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울산-KBO 가을리그는 17일간 국내외 12개 팀이 경쟁했다. 국내 KBO 구단 퓨처스팀뿐 아니라 한국 독립리그 올스타, 일본 독립리그 선발팀, 호주 멜버른 에이시스와 중국 장쑤 휴즈홀스 등이 참가했다.
그만큼 선수들의 연령과 소속 리그, 기량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대회 기간 만난 국내 구단 지도자와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도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비교하면 참가 선수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아직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근찬(53) KBO 사무총장도 지난달 31일 울산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이 같은 지적에 공감했다. 박 사무총장은 "아직은 미야자키보다 수준이 아쉽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쪽은 일본의 1.5군이나 2군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나"라며 "우리는 국내 독립리그 올스타나 일본 독립리그 등 다양한 팀들이 함께하다 보니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주는 자국 리그 일정 때문에 지금이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며 참가팀별 여건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짚었다.
허구연(75) KBO 총재 역시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허 총재는 "일본 미야자키에는 1.5군 정도 수준의 선수들이 나온다. 특히 일본 선수들은 수비와 주루의 기본기가 좋다. 투수들의 수준도 높다"며 "우리 대회도 그런 수준으로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 더 좋은 팀, 더 강한 팀들이 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원진(57) 울산 감독의 평가도 비슷했다. 장 감독은 "미국 팀은 성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확실히 수준이 높았다. 올해 미국 팀이 참가하면서 대회 수준이 높아지긴 했지만, 일본 팀은 조금 약했던 것 같고, 호주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팀들은 예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올해 처음 참가한 롱비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파트너 리그인 파이오니어 베이스볼 리그 소속 선수들로 구성된 롱비치는 한국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음에도 12경기 무패로 정상에 올랐다. 국내 선수들에게 평소 접하기 어려운 구위와 경기 스타일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롱비치를 이끈 돈 와카마쓰(63) 감독은 "경쟁력 있는 팀들이 참가할수록 대회 전체의 수준도 올라간다.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던 팀은 내년에 더 강해져서 돌아오려고 할 것이다. 그런 경쟁이 모든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KBO도 해외 초청팀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내년에도 참가하고 싶어 하는 미국 팀들이 있다. 미국 독립리그 팀이 추가로 참가한다면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야자키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수준뿐 아니라 운영 방식에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장원진 감독은 대회 개최 시점을 조금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번에는 정규시즌이 끝난 뒤 가을리그가 시작하기까지 공백이 있었다. 시즌이 끝나고 조금 더 빨리 개최하면 날씨도 좋은 상황에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KBO 퓨처스리그 정규시즌은 9월 20일 종료됐지만, 가을리그는 10월 15일 개막했다.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기상 여건을 고려한 일정 조정도 검토할 만한 부분이다.
해외 참가팀의 적극적인 홍보와 경기 중계 확대도 과제로 꼽혔다. 와카마쓰 감독은 "허구연 총재와 대회 확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앞으로 더 많은 미국 팀뿐 아니라 이탈리아나 멕시코 같은 나라에서도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기를 더 많이 중계할 수 있다면 선수들의 기량과 한국 야구의 열기를 더 많은 사람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는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10경기가 KBO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고, 이 가운데 5경기는 TV로도 중계됐다. 대회의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 선수들이 더 많은 스카우트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도록 중계와 홍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회가 꾸준히 열리기를 바라는 지역 팬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울산 남구에 거주하는 왕준성(49) 씨는 "울산은 야구가 축구보다 뒷전이었던 도시다. 이렇게 야구를 직접 볼 수 있는 경기가 계속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O는 내년에도 울산 개최를 추진하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 참가팀 확대와 수준 향상을 모색할 계획이다. 박 사무총장은 "국제 교육리그를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울산과 부산 기장의 야구장 시설을 활용하면 10개 팀 이상이 참가하는 대회를 지속해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년 만에 참가팀을 12개까지 늘린 울산-KBO 가을리그가 이제는 참가팀의 숫자뿐 아니라 실질적인 경기 수준과 선수 육성 효과까지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