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가장 긴장했던 업종은 조선, 건설, 화학 등 이른바 경기민감주였다. 지난해 실적 시즌마다 '어닝쇼크'로 시장을 뒤흔든 조선, 건설과 국제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화학, 에너지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컸던 탓이다.
그러나 막상 업종 대표주들의 실적이 나오자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오히려 실적 발표를 계기로 올 1분기 이후 실적 예상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주가도 반등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유로존 양적완화는 반등의 토대가 됐다. 특히 조선, 화학 등 경기민감주들의 경우 유럽계 자금이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이들 업종이 긴 부진에서 깨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3.42p(0.18%) 오른 1952.68로 마감했다. 전 주말 뉴욕증시가 미국 GDP(국내총생산) 부진 여파로 1%이상 하락한 것과 비교해 상대적인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연말, 연초 코스닥 종목이나 중소형주에 비해 부진했던 대형주의 반등이 눈에 띈다. 이날 대형주 업종지수는 0.36% 올랐다. 중형주(0.31% 하락)나 소형주(0.27% 상승), 코스닥지수(0.22% 하락)에 비해 높은 상승률이다.
조선, 건설, 화학 등 대형 경기민감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영향이다. 이날 조선업종 대표주인 현대중공업은 5.3% 올랐다. 최근 3주간은 15%나 상승했다. LG화학과 현대건설은 최근 3주간 각각 14%, 17%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6% 상승했고 삼성전자는 2% 오른데 그쳤다.
유럽중앙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가 조선, 건설, 화학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미국의 양적완화 기간이나 유럽의 LTRO(무제한 장기대출프로그램) 등 유동성 확대 기간 외국인들의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유로존 양적완화도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이벤트다.
특히 외국인 자금의 경우 대형주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해 대형주 반등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유럽계 자금은 대형주 집중도가 더 높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년 이후 외국인 투자가의 국적별 매매동향을 분석한 결과 유럽계 자금의 매매 비중이 높았던 기간에는 대형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며 "특히 건설업, 철강금속, 증권, 유통업, 운수장비(조선,자동차) 순으로 매수 강도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ECB가 LTRO(저금리장기대출 프로그램)을 시행했던 2011년 11월 이후 3개월간 유럽계 자금이 5조원 이상 국내증시에 유입됐고 조선, 증권, 건설, 철강, 화학 등 경기민감업종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실적이 바닥을 찍고 회복 추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대형건설사의 경우 '선방'했다는 평가가 높았다. 화학 대표주인 LG화학 역시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일회성 비용이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주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과 화학업종이 유로존 경기 개선으로 인한 수요 회복 기대감과 함께 유가가 바닥권 가능성에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고 건설주는 4분기 해외부문 손실이 시장 우려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이익이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