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지금이 바로 주식할 때"

오정은 기자
2015.03.26 17:42

CFA 코리아-대신 투자포럼 '2020 한국 증시 토론'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요새 드라마에서도 주식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바로 지금이 주식할 때입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CFA코리아-대신 투자포럼에서 한국 주식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존 리 대표는 "한국경제의 경제기초나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코스피 전망은 암울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누구나 '주식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 지금이 바로 한국 시장이 저평가된 국면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2020 한국 증시 토론'에는 존 리 대표를 비롯해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윤석 삼성자산운용 부사장, 션 코크랜(Shaun Cochran) CLSA 한국 대표가 토론자로,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가 좌장으로 참석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인 이들은 "한국 증시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윤 석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널리스트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주식을 세일즈했는데 쉽지 않았다"며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가 '가치의 덫'에 갇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가 싸긴 하지만 어쨌든 신흥시장에 속해있는데 다른 신흥 시장 대비 성장성이 부족하고 배당수익률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견해다.

션 코크랜 CLSA 한국 대표도 "코스피는 저평가돼 있지만 박스에 갇혀있다"며 "코스피가 장기간 신고가를 경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결국 외부 요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섹터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펀더멘탈 측면에서는 저성장이 문제지만 다른 한편에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코스피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은 지배구조다"며 "워런 버핏이 말하는 '최악의 지배구조'는 대주주 지분이 적은데도 모든 의사결정을 다 하는 기업인데 한국의 재벌 다수가 이런 지배구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주주 지분율이 충분하고 경영권이 장악된 상황에서 최고의 경영진을 선임한 곳이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으면 배당도 당연히 높아질 것이고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방향으로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기업의 왜곡된 지배구조는 달라질 때가 됐다고 봤다. 정부가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일감 몰아주기가 금지되는 등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져서다. 이 부사장은 "5년 내에 지주사 전환이 봇물처럼 이뤄지며 디스카운트가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배구조 펀드 운용 경험도 있는 존 리 대표도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은 주가 급등으로 기업가치(시가총액)가 껑충 뛰고 있다"며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부여가 결국 한국 기업을 바꿔놓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관적인 한국 증시의 현황에 대한 진단 속에서도 패널들은 2020년 한국 증시 전망을 낙관했다.

존 리 대표는 "코스피 지수가 2000에서 3000포인트로 갈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한국 기업의 엄청난 역동성을 감안하면 전혀 새로운 기업이 5년 뒤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서 미래 창조적인 기업이 혜성처럼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코크랜 대표도 "지금 S&P 지수와 코스피 중에 선택하라면 코스피를 고르겠다"며 "한국은 아직도 금리가 플러스이고, 이것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이 좋다는 뜻이기 때문에 약세장이 오면 훌륭한 매수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다만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존의 수출 중심의 제조업 베이스에서 벗어나 헬스케어나 서비스 부문에서 성장이 나와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채원 부사장은 "한국인은 어느 민족보다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이 강하다"며 "산업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나라 기업들은 변화에 적응할 것이고 제2의 네이버, 아모레퍼시픽같은 기업은 탄생할 것이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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