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주식시장에선 일일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된다. 그런데 이 가격제한폭 확대를 걱정하는 상장사들이 꽤 있다. 그 가운데 유일한 머니투데이방송(MTN) 증권부장의 『누가 주식시장을 죽이는가?(2013)』에 나온 예를 하나 살펴 보자.
"금비라는 회사가 있다. 소주, 맥주병을 만들어 주류 회사에 납품한다. 오랜 업력과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금비는 영업에서 좀처럼 손실을 입지 않는다. 자산 가치도 뛰어나 주당 순자산배율, PBR이 0.5배도 안 된다. 중간배당에 기말배당까지 빠지지 않고 챙겨준다. 2010년 9월에는 병마개 제조업체인 삼화왕관 지분을 55% 인수했다. 두산그룹 측이 팔았는데, 사는 데 든 현금은 610억 원에 이른다. 이제 소주병은 금비만의 병과 병마개만으로도 자체 완성되고 있다. 상장사로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주가는 본질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상장사가 지닌 가장 큰 단점은 거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다. 고병현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55%를 보유하고 있고 자사주는 20%에 이른다. 여기에 경기상호신용금고도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11%를 보유하고 있다. 대략 86%의 지분이 유통되지 않고 소수의 주주에게 잠겨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이 회사의 한 달 거래량은 5000주 정도에 머물러 있다. 하루 거래량이 아니라 한 달치다. 주변에서 금비를 알고 있는 투자자를 찾기도 힘들다. 인기가 너무 없는 탓이다. 투자자들의 인기가 워낙 많아 기업가치에 비해 버블이 잔뜩 끼는 것도 문제지만 기업가치를 알아주는 투자자가 없는 이른바 ‘왕따’도 상장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유 부장은 가격제한폭이 확대 또는 폐지된다면 유통주식 수가 적은금비와 같은 상장사는 현실적인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유 부장이 책을 썼던 2013년과 달리 지금 금비의 한 달 거래량은 5000주가 훨씬 넘는다).
예를 들어, 누군가 금비라는 기업의 가치를 주목하고 주식을 싸게 대량 매집하려 한다고 가정하자. 가격제한폭이 30% 혹은 없는 상황에서 몇 주만의 매도로도 주가가 급락해 다른 소액주주들의 스트레스를 높이게 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금비의 가치를 아는 다른 투자자에 의해 주가가 제자리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간엔 금비와 같이 적은 유통주식 수를 보유한 상장사는 얼마 안 되는 거래량 때문에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
극심하게 부족한 유통주식 수와 가격제한폭 확대 또는 폐지가 맞물리면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변동성의 증가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유동성이 극히 부족한 상장사들의 경우 가격제한폭이 확대 또는 폐지되면 시세에 일부 장애도 발생할 수 있다.
유동성은 주식시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투자지표다. 투자자가 원하는 대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고 싶은 대로 사고 팔고 싶은 대로 팔지 못하면 거래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원하는 주식의 양을, 원하는 가격에 사고팔고 싶어 한다. 그게 이상적인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럼 금비와 같이 유통주식 수가 극히 적은 상장사들은 30% 가격제한폭 확대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유 부장은 두 가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상장사가 증권사와 유동성 공급계약을 맺어 매도와 매수 호가의 괴리를 줄인다면 유동성을 어느 정도 보강할 수 있다.
둘째, 보다 전향적인 방법으로 액면분할을 검토할 수 있다. 액면가가 5000원인 상장사는 이를 500원으로 분할하면 거래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거래량이 증가하면 가격제한폭 확대 또는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게다가 액면분할에는 돈이 한 푼도 안 든다. ‘공짜’ 해결책인 셈이다.
유 부장은 일부에서 가격제한폭이 확대 또는 폐지되면 시장이 불안해지고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문제가 발생해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15일부터 시행되는 30%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해 호된 '신고식'을 치루는 상장사들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가격제한폭 확대를 걱정한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 원인은 금비와 같이 유통주식 수가 극히 적다는 구조적인 데 있지 가격제한폭 확대 그 자체에 있지 않다. 따라서 유 부장의 주장 대로 해결책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 해결책이라는 게 소액주주들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주주가 유동성 부족을 인지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방법들이다. 만약 대주주나 오너가 문제점을 무시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면 소액주주들은 커진 주가 급등락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그저 감내해야만 한다.
따라서 가격제한폭 확대가 상장사로 하여금 그동안 미제로 남아 있던 유동성 부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전향적으로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30% 가격제한폭 확대가 국내 증시를 한단계 업그레드하게 하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15일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우리 모두 머리속에 그림을 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