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대학교수 김모씨는 지난해 말 모아 둔 은퇴자금 중 일부를 대신증권 PB(프라이빗뱅커)가 추천해준 '대신 멀티에셋펀드'에 가입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함께 다양한 달러 자산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투자를 결정했다.
정성준 대신증권 PB는 "초기에 달러 자산 투자를 권유하면 생소하게 여겼던 고객들도 논리적으로 꾸준히 설명드리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며 "최근 달러 강세 흐름에 고객들의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멀티에셋펀드'에 가입한 김씨는 최근의 증시 급등락에도 불구하고 1년도 채 되기 전에 5% 수익률을 달성해 만족하고 있다.
◇최우선 가치는 고객 수익률...머니노마드 끌어당기는 변화=과거 잦은 매매를 통해 수수료 수익 극대화를 추구했던 증권사들이 '고객 수익률'에 초점을 맞추면서 변화하고 있다.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머니 노마드족(안정성과 수익성을 찾아 떠도는 재테크 유목민)을 유치하기 위해 고객수익률 제고는 증권사들의 최고 가치가 됐다.
물론 증권사들이 '고객수익률 우선'을 내세운 것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겉으로 고객수익률 우선을 표방하면서도 증권사 실적을 위해 이른바 '뺑뺑이'라고 해서 주식을 자주 매매해 수수료를 거두거나 고객 성향이나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증권사에서 집중적으로 미는 상품을 권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증권사와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며 거래대금까지 감소하자 증권사들도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투자에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점도 증권사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요구했다. 과거와 같은 단기 실적 중심의 경영은 외면받을 수 밖에 없어졌기 때문이다.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는 중장기적인 전망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고객의 자산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사적인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대신증권이 대표적인 예다. 대신증권은 올해부터 단기적인 투자 전망이나 특정 상품에 대한 영업에 집중하지 않고 치밀한 조사를 통해 중장기적인 전략을 설정한 뒤 이에 맞춰 세부적인 상품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는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는 전략에 따라 달러 펀드, 달러 ELS(주가연계증권), 달러RP(환매조건부채권) 등 달러 자산 상품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권하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철저한 분석을 통해 가장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 방안을 대신증권 전체의 전략(하우스뷰)으로 제시한다"며 "단기적인 주식 매매가 줄어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다 해도 2~3년간의 중장기 관점을 갖고 고객 자산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실질 수익률로 직원·지점 평가.."내 돈처럼 관리한다"=고객 수익률이 증권사의 최우선 가치로 떠오르면서 지점과 영업직원 평가에 고객수익률을 반영하는 제도도 보편화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7월부터 주식뿐만 아니라 펀드, 랩, ELS, 연금 등 모든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고객수익률을 계산해 지점과 영업직원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주식계좌와 연금계좌 등 고객 단위로 수익률을 평가하다보니 수익률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재조정)하는 등 사후 관리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됐다"며 "고객들도 사후 관리에 대한 안내를 받으면서 신뢰도가 높아지고 만족하고 있다는 평가가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년간 직원 성과 평가 지표에 고객수익률 항목을 포함시켜 왔다. 최근에는 고객수익률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영업직원들이 고객 전체의 계좌 수익률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고객 총자산 수익률이나 상품별 수익률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도 거래 영업점에 문의하면 실시간으로 자신의 투자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어 투자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된다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직원 KPI(핵심성과지표)에 고객수익률과 관련한 평가를 45% 반영하고 있다. 특히 잦은 매매로 인한 수익과 회사의 자산 배분 지침을 지키지 않고 특정자산에 편중된 투자를 해서 얻은 수익 등은 실적에서 제외해 실질적으로 고객 중심의 평가 제도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하나대투증권, NH투자증권 등도 최근 고객수익률 지표를 영업점과 직원 평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자원은 사람 "PB 역량 강화에 집중"=리테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역시 '인력 강화'다. 인적 자원의 지식과 경험에 크게 의존하는 금융투자업 특성상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맥락에서다.
주요 증권사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영업직원들의 역량을 높이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올초 PB사관학교를 신설했다. 신입직원 가운데 PB인력을 따로 선발한 후 약 5개월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이미 신입 PB 14명이 PB사관학교에서 최고의 PB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특히 주식중개 서비스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글로벌 투자 자산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인 만큼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또 세무, 부동산, 법률 등 고객 상담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자산관리와 관련한 전 영역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둔다.
대우증권은 또 우수 PB를 마스터PB, 그랜드 마스터PB로 선정하고 꾸준히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세무, 부동산, 은퇴 등 컨설팅 전문조직과 PB대상 전문 리서치 조직 등을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웰스매니저 직무 과정을 운영 중인데 베이직부터 마스터까지 과정이 있고 투자, 세무, 부동산, 문화 등 종합적인 영역에서 우수한 설적을 거둬야 수료할 수 있다.
전문성과 윤리성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대표 PB를 구성하는 증권사도 있다. 대신증권은 고객수익률이나 관리 자산 규모, 과거 제제 기록 등을 통한 윤리성 평가를 종합해 매년 우수 PB를 '금융주치의'로 선발하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핵심은 금융주치의 양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리테일혁신교육, 금융주치의 컨퍼런스 등 다양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고 올 하반기에는 고액자산가 관리에 특화된 금융주치의 MB A과정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최근 리테일 및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SK증권은 팀제 영업활동을 통해 법인고객과 고액자산가 고객 기반을 확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고 하이투자증권은 PB MBA 과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등도 고객수익률을 성과 지표에 반영하며 고객수익률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