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달반 만에 증명된 면세점 헛발질

김도윤 기자
2015.12.31 06:25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이후 한 달 반. 2000여 명의 번듯한 직장인이 일자리를 잃을 걱정에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남부럽지 않은 회사를 다닌다는 자부심은 한 순간에 날아가버렸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상실한 롯데와 SK 면세점 직원 약 2200명의 고용승계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면세점 사업권을 대신 거머쥔 두산과 신세계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100% 고용승계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두산과 신세계는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 전부는 아닐지 몰라도 누군가는 좋은 직장을 잃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예고된 재앙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논란이 커지자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면세점 사업자의 특허 기간을 5년으로 줄인 관세법 개정을 두고 졸속 통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국회에선 책임을 덜기 위한 네 탓 공방이 한창이다.

고용 불안을 야기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도 아니다. 탈락한 기업도, 선정된 기업도 울상이다.

두산과 신세계 주가는 시내면세점 선정 이후 이달 30일까지 각각 28.3%, 9.9% 하락했다. 면세점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5년이라는 특허 기간 동안 투자금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커진 결과다. 개별 기업의 주가 급등을 걱정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를 토요일에 발표한 노력이 민망할 정도다. 시내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인식은 더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탈락한 롯데와 SK는 더하다. 일단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는 데 따른 비용부터 걱정이다. 면세점 입점 브랜드에 기간 연장 불가로 인한 수수료도 물어줘야 하고 남은 재고도 대한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특히 롯데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내년 IPO(기업공개) 시장 최대어로 기대받는 호텔롯데의 가치는 면세점 탈락으로 2조원가량 증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5년이라는 한시적인 특허 기간으로 인해 면세점 사업자의 향후 안정성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콧대높은 해외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짧은 특허 기간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면세점 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모습이다.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선정 과정에 간접적으로 참여한 투자회사 고위관계자는 왜 롯데와 SK의 면세점을 빼앗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동대문에 추가로 면세점을 허가해주면 될 걸, 왜 그동안 노력해온 두 회사의 면세점 사업을 접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의 헛발질로 고용창출과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중요한 목적 두 가지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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