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은 좋은 것(greed is good)."
1987년에 나온 영화 '월스트리트'의 주인공인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가 남긴 명대사다. 실제로 게코는 이 영화에서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가의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꼭 게코가 아니더라도 월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에선 대부분 탐욕을 쫓는 인상 군상들이 등장한다. '월가=탐욕'이란 등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일까. 최근 미국 대선에선 월가의 탐욕을 비판하면서 규제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연일 "월가와 미국 기업들의 탐욕이 미국을 망치고 있다"며 월가 규제 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유력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등도 '월가 때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서두부터 월가의 탐욕 문제를 꺼낸 것은 한국의 월가인 서울 여의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금융당국의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이 규제도 어찌보면 금융당국이 여의도의 '탐욕'에 칼을 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규제를 통해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투자와 관련해 처벌 대상을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미공개정보를 누설하거나 이 정보를 처음 전달받은 1차 정보수령자만 처벌됐지만 이 규제 도입 후엔 2차, 3차로 정보를 수령해 부당이득을 취했거나 메신저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어 이익을 올린 투자자도 처벌 대상이다. 규제 도입의 단초가 된 것은 2013년 발생한 CJ E&M 사건이다. 이 사건은 애널리스트들이 CJ E&M IR(기업홍보) 담당자를 통해 공시 직전에 받은 실적 관련 미공개정보를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달해 부당이익을 얻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엔 이같은 규제가 없어 애널리스트와 IR 담당자 등은 검찰에 고발됐지만 2차 정보수령자로 부당이익을 챙긴 펀드매니저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점을 보완해 규제를 강화한 것까지는 좋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어떤 정보까지 미공개정보를 볼 것인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케이스별로 상황이 다 다른데 그때마다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받을 수 없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도 "오히려 열심히 일하는 능력있는 애널리스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자칫하다간 애널리스트 활동 위축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정보 전달 대상에서 소외되고 일부 관계자만 정보를 독점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선 벌써부터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자사 소속 애널리스트들에게 "열심히 일하거나 욕심부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는 소문도 떠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조만간 관련 사례들을 정리해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 삼간 다 태우지 말고 '탐욕'을 정조준한 규제로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현명한 대책이 하루 빨리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