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년 만에 벗어난 '고섬의 악몽'

백지수 기자
2016.12.08 06:06

"다시는 떠올리기 싫어요. 그때는 중국 기업과 관련된 영업을 아예 할 수 없었죠."

최근 만난 한 증권사의 IPO(기업공개) 담당자는 5년 전 고섬 사태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현재 한 중국 기업의 IPO 주관 업무를 맡고 있다.

2011년 1월 코스닥시장에 잠시 발을 들인 중국 기업 고섬은 회계 부정을 저지르며 자본시장 구성원들에게 아픈 기억만 남기고 퇴출됐다. 이에 당시 이미 상장 준비 막바지였던 완리(2011년 6월13일 상장)를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단 한 곳도 중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 들어오지 못했다.

반전이 일어난 건 5년 만이다. 올해는 코스닥에 상장한 해외 기업 7곳 중 6곳이 중국 기업이다. 투자 심리도 괜찮은 편이다. 올해 상장한 중국 기업 중 50%는 현 주가가 공모가를 웃돈다. 개수로는 3개뿐이지만 비율로만 보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상장한 코스닥 전체 종목 중 약 70%는 현 주가가 공모가 아래다.

중국 기업을 상장시킨 증권사들의 벌이도 더 좋았다. 올해 코스피·코스닥 신규상장 기업 증권신고서를 전수조사해보니 대표·공동 주관사가 받은 수수료 평균은 12억원 수준이었다. 올해 상장한 중국 기업 6곳의 상장 수수료 평균은 35억원 수준으로 2배 이상이었다. 올해 중국 기업만 3곳을 상장시킨 신한금융투자는 IPO 수수료 3위를 기록했다.

물론 국내 자본시장에서 고섬의 악몽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그럼에도 다수 증권사가 내년이나 내후년을 목표로 중국 기업 IPO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한 IPO 관계자는 "국내 상장을 원하는 중국 기업들은 계속 늘고 있다"며 "차이나디스카운트가 여전해도 사실 증권사 입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외면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피할 수 없다면 우리 자본시장이 먼저 투자자 신뢰를 얻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올해 중국 기업 상장을 주관한 한 IPO 관계자는 "이제는 차이나디스카운트 해소도 주관사의 역할이자 의무"라며 "상장기업에 최대주주 지분 보호예수 기간을 일반적 수준보다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 등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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