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이익 못내" 급성장 사모펀드 운용사 내실은 뒷걸음질

송정훈 기자
2019.05.27 16:13

상반기 40~50% 이상 적자, 진입 문턱 낮아져 앞다퉈 설립돼 경쟁 심화,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악재까지

한국형 헤지펀드(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절반 가까이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내실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운용사들이 진입 문턱이 낮아져 앞다퉈 설립되면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라는 악재까지 겹쳐 자본잠식 상태이거나 오랜 기간 이익을 내지 못해 무늬만 운용사인 좀비 기업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181개 사모펀드 운용사 중 72~90개(40~50%) 이상이 올 상반기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사모펀드 업계 전문가는 "영세한 운용사들의 회계상 오류가 많아 집계 방식에 따라 적자기업 수가 차이가 발생한다"며 "하지만 최대 절반 가까이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앞서 지난해 169개사 중 80개사(47.3%)가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적자 운용사 중 상당수는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다. 순이익의 내부유보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기자본을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로 소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기자본이 줄면서 최소자기자본 요건(7억원)을 밑도는 운용사도 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 대표는 "지난 2015년 말 사모펀드 운용사가 진입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3년여 만에 180개 가까이 설립돼 경쟁이 점점 격화되는 양상"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상당수 운용사들은 운용전략이나 자금모집 등 마케팅 전략에서 준비가 안돼 경쟁력이 떨어져 자금모집이 쉽지 않아 수익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015년 10월 헤지펀드 운용사의 자본금 요건이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아지고 인가제가 등록제로 변경됐다. 이후 올초부터는 자본금 요건이 다시 10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져 설립 요건이 더욱 완화됐다.

이런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지난 2015년말 20개에 불과하던 헤지펀드 운용사는 현재 181개로 161개(800%)나 급증했다. 운용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같은 기간 헤지펀드 운용사의 설정액 규모는 3조원에서 30조원을 넘겨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내 증시가 지난해 10월 폭락 이후 연초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변동성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주식 중심의 헤지펀드 운용사 수익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상대적으로 운용능력이 떨어지는 운용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얘기다. 운용자산의 수익률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기본 및 성과 운용보수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 대표는 "코스피 시장이 연초 반등한 뒤 다시 주춤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10% 이상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헤지펀드들이 국내 주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제대로 운용능력을 갖추지 못한 운용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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