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하락세로 9월을 시작했다. 미국 제조업 경기가 약 3년 만에 처음 위축 국면으로 돌아서며 경기침체 우려를 부추겼다.
◇美제조업 PMI, 35개월 만에 첫 50 하회
전날까지 노동절 연휴를 마치고 3일(현지시간) 개장한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5.26포인트(1.08%) 떨어진 2만6118.0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지수도 전장 대비 20.19포인트(0.69%) 하락한 2906.27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88.72포인트(1.11%) 내린 7814.16에 마감했다.
이날 미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9.1로, 전월(51.2)에 비해 대폭 떨어졌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51.0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ISM의 제조업 PMI가 50을 하회한 것은 35개월 만에 처음이다. PMI의 50은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50보다 낮으면 위축 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ISM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기업들의 수출 주문이 크게 줄어든 것을 지표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실상 장기전을 선언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대선이 열리는 내년말까지 중국이 버틸 경우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며 조속한 무역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중앙당교 간부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우리나라가 맞이한 각종 투쟁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것"이라며 "중대한 위기 의식을 견지하고 투쟁하자.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1년 넘게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그들이 '미국 갈취'(ripoff USA)' 관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새 행정부를 상대하길 원한다고 확신한다"며 "(하지만) 16개월은 중국이 일자리와 기업에 있어 출혈하기에 긴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6개월은 지금부터 내년 11월 미 대선을 통해 선출될 새 행정부가 2021년 1월말 출범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그는 또 "내가 (대선에서) 이기면 중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보라"며 "합의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중국의 공급망은 허물어지고 사업과 일자리, 돈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일부터 평면TV와 신발 등 1100억달러(약 130조원) 어치 이상의 중국산 상품에 15%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휴대폰, 컴퓨터, 장난감 등 약 1500억달러(약 180조원) 상당의 중국산 상품에는 12월15일부터 15%의 관세가 붙는다.
이에 따라 중국도 1일자로 농산물과 원유 등 미국산 상품 750억달러(약 90조원) 어치 가운데 일부에 대해 5% 이상의 관세 부과를 개시했다. 나머지에 대한 관세는 12월15일 시행된다.
12월15일자 관세까지 시행되면 양국이 상대방에 수출하는 거의 모든 품목에 추가관세가 붙는 셈이다.
프루덴셜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전략가는 "이번 상호 관세 부과는 무역협상 자체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유럽증시, '노딜 브렉시트' 불안에 일제하락
유럽증시도 사흘만에 하락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강경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질주에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0.88포인트(0.23%) 내린 379.81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 지수는 42.92포인트(0.36%) 하락한 1만1910.86, 프랑스 CAC40 지수는 26.97포인트(0.49%) 떨어진 5466.07을 기록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13.75포인트(0.19%) 내린 7268.19에 마감했다.
영국 의회가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법안 통과를 추진 중인 가운데 존슨 총리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존슨 총리는 전날 예정에 없던 각료회의를 개최한 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경우에도 EU에 브렉시트의 연기를 요청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간 존슨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EU(유럽연합)가 추가 협상에 응할 것이라며 강수를 둬왔다. 그러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등은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브렉시트를 내년 1월까지 3개월 연기하는 법안 처리를 추진 중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존슨 총리의 강경 정책에 대해 보수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다"며 "최소 17명의 보수당 의원들이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법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만약 '노딜 방지법'이 통과된다면 10월 14일 조기 총선을 치르는 방안을 곧바로 의회에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총선 시 총리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위험부담에도 무조건 10월31일까지 브렉시트를 통과시키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총선은 하원의원 650명 중 3분의 2가 찬성하면 실시된다.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에서 승리하면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브렉시트를 밀어 붙일 동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조업 경기의 하강 반전 소식에 국제유가 역시 내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16달러(2.1%) 떨어진 53.94달러에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10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밤 9시2분 현재 배럴당 38센트(0.66%) 내린 58.2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 달러화는 강세였다. 이날 오후 4시43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06% 오른 98.98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올랐다. 같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은 전장 대비 1.77% 상승한 온스당 1556.40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