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허브' 홍콩이 격랑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이하 홍콩인권법)'에 서명하면서 미·중 관계가 마찰음을 내고 있다. 홍콩 자본유출을 뜻하는 '헥시트((HK+Exit) 우려도 고개를 든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홍콩 증시를 대표하는 항셍지수는 하루 만에 547.24포인트(2.03%) 추락했다. 홍콩 경찰이 시위대 2명에 실탄을 발포한 지난 11일(-2.62%) 이후 최대 낙폭이다. 홍콩H지수도 260.05포인트(2.46%) 급락해 1만301.82를 기록했다. 시위가 격화된 지난 7월부터 5개월간 항셍지수와 H지수 낙폭은 각각 7.7%, 5.3%에 달한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인권법에 서명한 것이 계기가 됐다. 중국을 의식해 홍콩 사태를 관망해 왔지만, 미국 상·하원이 해당 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서명하지 않을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부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해도 소용없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인권법에는 미 행정부가 매년 홍콩의 자치수준을 평가해 관세·투자·무역 등에 대한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홍콩의 인권을 침해한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 거부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포함됐다. 즉, 미국이 홍콩의 '일국양제(한나라 두 체제)'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홍콩의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를 격하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중국은 격분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중국 외교부는 "어떤 외부 세력도 홍콩 일에 관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중국 정부의 결의는 확고부동하다"는 성명을 내놨다. 중국 국방부도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은 언제든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의 지휘에 따라 홍콩 기본법과 (인민해방군) 주군법이 부여한 사명을 이행할 수 있다"고 말해 무력대응을 시사했다. 또 홍콩인권법을 추진한 미국 의원들의 입국을 금지시키겠다는 으름장과 함께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보복을 경고했다.
이에 헥시트 우려가 커진다. 홍콩 유입자금 대비 유출자금 비율(E/I Ratio)이 지난 2월부터 높아지기 시작해 최근 2.64배까지 급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에 100달러가 들어오면 264달러가 나갔다는 의미다. 외환보유고가 급감하면 달러 페그제가 흔들릴 수 있고, 홍콩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실물 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홍콩 경제는 이미 엉망이다. 홍콩 관광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홍콩을 찾은 외부관광객은 331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7% 감소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2003년 5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홍콩의 3분기 경제성장률도 전년 동기대비 마이너스(-) 2.9%를 기록,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홍콩 위기는 국내에도 악재다. 지난해 홍콩은 우리나라의 제4위 수출국(460억 달러)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은 336억달러에 달해 전체 반도체 수출액(1267억 달러)의 26.5%를 차지하는 2위 국가다. 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주가연계증권) 발행이 많아 증시 급락 시 대규모 손실위기에 처한다. 이에 코스피 지수도 지난 29일 1.45%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