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코링크PE' 사태 막으려면…

김도윤 기자, 황국상 기자
2020.01.15 04:30

[논란의 중심 '사모펀드' 위기탈출 해법]①

‘활성화법’ 1년째 국회 표류…5월까지 통과 못할 땐 '폐기'

조국 사태에 부정적 인식 확대…규제 개선 악영향 우려

대형PEF, 내부통제·외부 감시로 부당한 투자 불가

개인자금 운용하는 소규모 사모펀드 규제 강화해야

지난해 사모펀드 시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코링크PE 논란과 은행의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동안 시장 성장과 성공적인 투자 등을 통해 “사모펀드는 먹튀”라는 부정적 인식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잇따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사모펀드 활성화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모펀드 활성화법 개정안은 제2의 코링크PE를 막을 수 있는 방안 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대로 규제 개선을 통한 활성화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11월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펀드를 별도로 구분하고 있다. 현행법은 펀드에 자금을 대는 일반투자자, 전문투자자, 기관투자자를 구분하지 않고 펀드의 성격에 따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펀드와 일반투자자가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구분하고, 업무집행사원(GP)과 유한책임사원(LP)로 구성된 현재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조 전 장관 가족이 관여한 코링크PE 같은 구조를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은 이 외에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간 분리된 규제를 일원화해 모험자본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의무적으로 전체 자금의 5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투자 때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을 취득하고, 취득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하고, 차입금 조달에 엄격한 제한을 둔 현행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외국계 PEF와 달리 팔다리가 묶인 국내 PEF에는 역차별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셈이다. ‘사모펀드 활성화법’이란 별칭이 붙은 이유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의 의결권 주식 10% 이상 취득 등 규제는 해외에선 이상하게 받아들일 정도”라며 “토종 사모펀드 활성화를 통해 우리 산업 구조 재편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적 취지를 고려하면 외국 사모펀드과 비교해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는 현재 규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펀드 결성과 투자, 회수 등을 통해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대형 PE 사이에선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2004년 국내에 PEF가 도입된 뒤 각종 규제 속에서 업계가 쌓아온 전문성에 대한 평가가 위축될 수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등으로부터 전문적으로 출자를 받으며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와 일반 사모펀드는 다른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 기관 참여 없이 개인 출자자에게 의존하는 소규모 사모펀드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으며 투자 과정에서 이를 악용할 소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제2 코링크PE가 다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2 코링크PE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사모펀드 활성화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극심한 정치권 여야 대립 상황에 따라 표류하고 있다. 오히려 사모펀드 활성화법이 문제가 많은 사모펀드의 활동 영역을 더욱 확대해 시장 및 투자자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더욱 외면받는 분위기다.

금융 당국에서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20대 국회에서 처리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이제 4개월여 후면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될 예정이다. 국회 임기 만료 전 미처리 법안을 일괄 통과시키는 ‘법안 떨이’를 기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4월 총선 등 임박해 있는 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조 전 장관 사태 이후 관련 규정 공백을 방치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한 대형 PEF 운용사 대표는 “최대 수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대형 PE에 대해서 오히려 규제가 강한데, 주요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은 대형 PE는 자체적인 내부 통제와 외부 감시 등 영향으로 오히려 부당한 투자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소규모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고, 대형 PE에 대해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국내 산업 구조 재편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코링크PE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여러 사건이 부각되면서 해당 법안 통과를 강하게 밀어부치기는 어려워진 분위기도 있다”며 “그럼에도 해당 법안은 투자자 보호를 풀어주는 내용이 아니라 운용 규제와 관련한 내용인 만큼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빠른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법안 통과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도 존재한다. 최근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이 국회에서 통과돼 관련 산업 부흥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PEF 활성화법도 조속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얘기다.

또 다른 중견 PEF 운용사 대표는 “일단 법안이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나면 새로 국회가 구성된 이후 언제 다시 법안이 발의될지 장담할 수 없다. 20대 임기 중 활성화법이 통과될 필요가 있다”며 “여야간 이견이 없었던 법안이었던 만큼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