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 한마디면 주가 1초만에 오른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3.17 07:37

[월가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만약 정부가 나서서 이 말만 한다면 증시는 단 1초만에 반등할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에도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기업에 기업휴업보험(business interruption insurance)을 제공해 손실을 메워주겠다는 약속이다. (릭키 새들러 에미넌스캐피탈 최고경영자)

'제로금리'도, '양적완화'(QE)도 소용없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쓸 수 있는 카드를 사실상 모조리 썼지만 뉴욕증시는 또 다시 10% 넘게 폭락했다.

시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통화정책으론 안 된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많이.

33년만에 또 다시 '블랙먼데이'…다우 13% 대폭락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97.10 포인트(12.93%) 급락한 2만188.52로 거래를 마쳤다.

1987년 10월19일, 뉴욕증시 역사상 최악의 날로 기록된 '블랙먼데이'가 33년만에 재현됐다. 이날 다우지수의 하락률은 역대 3번째다. 과거 이날보다 하락률이 컸던 날은 블랙먼데이와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당시 1929년 10월28일 뿐이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324.89 포인트(11.98%) 떨어진 2386.13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970.28포인트(12.32%) 추락한 6904.59로 마감했다. 나스닥 역사상 최대 하락률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선 개장 직후 S&P 500 지수가 7% 이상 급락하면서 또 다시 15분간 서킷브레이커(일시매매정지)가 발동됐다. 일주일 사이 3번째다.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항공기주 보잉은 23%, 인텔과 테슬라는 18% 이상 속락했다. 은행주들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JP모건체이스는 약 15%, 골드만삭스는 약 13% 내려앉았다.

MRB파트너스 투자전략팀은 "코로나19 사태는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준,'제로금리' 하루만에 또 600조 풀었지만…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0)로 끌어내린지 하루만에 또 초단기 유동성을 추가 투입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 공포를 이기진 못했다.

연준에서 공개시장조작을 맡고 있는 뉴욕연방준비은행(뉴욕연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버나이트(하루짜리)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5000억달러(약 600조원) 한도에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레포 거래는 15분 동안 한시적으로 이뤄졌다.

이번에 설정된 레포 거래 한도는 기존에 있던 1750억달러와는 별개다. 또 연준은 2주짜리 레포 거래 역시 450억달러 한도로 운용 중이다.

전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1.00~1.25%에서 1%포인트 긴급 인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0.00%~0.25%로 떨어지며 2015년 이후 5년만에 '제로 금리'에 돌아갔다.

연준은 또 7000억달러(약 853조원) 규모의 양적완화(QE)도 실시키로 했다. 여기엔 5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20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증권(MBS) 매입도 포함된다.

아울러 연준은 은행 할인 창구에서 긴급 대출 금리를 연 0.25%로 낮추는 한편 대출 기간을 90일로 늘렸다.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금 요구 비율도 '0'으로 줄였다.

시장이 기다리는 건 재정정책…"정부, 바주카포 가져와야"

킬포인트의 스티븐 스캔크 수석경제고문은 "연준이 한 일은 영웅적이지만 시장이 기다리는 건 따로 있다"며 "지난주 백악관과 의회가 경기부양을 위해 합의한 재정확대 정책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SS이코노믹스 회장)는 "팬데믹의 충격을 고려할 때 지금은 정부가 금융시장의 패닉과 심각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바주카포(대전차 로켓포)를 가져와 써야 할 때"라며 "케인지언(케인즈학파) 방식의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각국에 재정확대 정책을 촉구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추가로 재정적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며 "잘 조율된 동시다발적 글로벌 재정정책의 필요성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IMF는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회원국 지원을 위해 1조달러(약 1200조원) 규모의 대출 역량을 갖춰 놨다고 했다.

트럼프 "코로나 사태, 8월까지 갈수도"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장이 기대한 재정정책 대신 비관론으로 주가 폭락세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가 7∼8월 또는 그 이후까지 통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핫스팟(감염다발지역) 등 특정 지역에 대한 봉쇄는 고려 중"이라면서도 "전국적인 봉쇄는 고려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경 봉쇄도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코로니19 확산 방지를 위해 참석자 10명이 넘는 모임을 피해야 한다"며 "식당과 술집 방문 또는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11월 대선을 위한 주별 경선의 연기 여부에 대해선 "주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발을 뺐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경기침체로 가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항공사들을 100%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4287명, 사망자는 74명이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18만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7000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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