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증시 충격으로 파생상품 손실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증시와 연계한 ELS(주가연계증권)에서 처음으로 손실이 확정된 상품이 나왔다.
미국 대표 지수인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이 하루에 10% 이상 떨어지지만 않으면 수익을 주는 상품인데, 기록적인 폭락으로 확률상 '0%'에 가까웠던 사건이 발생하면서 파생상품에서도 손실이 난 것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8일 발행된 34억1644만원 규모의 '대신증권8615' ELS는 지난 20일 27억4700만원으로 상환됐다. 3개월 간 손실률은 19.6%(약 6억7000만원)를 기록했다.
이 ELS는 대신증권이 발행하고 은행에서 판매한 공모 상품으로 만기가 3개월짜리인 스테빌리티 노트(stability note)형이다. 스테빌리티 노트란 기초자산이 하루에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ELS의 경우 S&P500 지수가 하루에 10% 이상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2.15%의 수익을 주는 상품이었다.
역사상 S&P500 지수의 일일 하락률이 10%를 넘은 적은 1987년 10월19일 '블랙 먼데이' 단 하루 뿐이었다. 이때 S&P500는 20.47% 폭락했다.
통계적으로만 보면 이 상품이 손실이 날 가능성은 '0%'에 수렴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이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와 금융위기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증시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만기를 이틀 앞둔 지난 16일 S&P500은 '-11.98%'라는 역대급 하락률을 다시 기록하게 된다. 상품 구조상 10% 초과 하락분의 10배가 손실로 계산돼 결국 약 20%에 달하는 손실로 최종 상환이 이뤄졌다.
이 상품은 특수한 경우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다른 파생상품 역시 위험한 상황인건 마찬가지다. 보통 ELS나 DLS(파생결합증권)은 스텝다운형 상품이 많은데 이는 기초지수가 일정 기간 동안 일정 범위 안에 있으면 원금과 이자 수익을 주는 것이다.
보통 기초자산이 최초 가격 대비 40~60% 선으로 떨어지면 녹인(knock-in)이 발생하는데, 이때부터 상품을 발행한 증권사는 고객에게 이익을 보장하지 않고 만기시 수익률에 따라 투자금을 지급한다. 만기때 가격이 최초 가격보다 밑에 있으면 그 비율만큼 손실인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발행된 ELS와 DLS 중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되는 것이 유로스톡스50 지수와 국제 유가다. 그런데 유로스톡스50은 현재 올해 고점 대비 35% 가량 하락했다. 현재 유로스톡스 기반 ELS 중 녹인 레벨 65%인 상품 규모는 19조3553억원인데 이중 상당수에서 녹인이 발생한 상황이다.
국제 유가도 마찬가지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18일 배럴당 20.37달러까지 떨어지며 올해 고점 대비 70% 가까이 급락했다. 이를 기초로 한 원유 DLS 대부분은 녹인 상태다.
이 상품이 만기때까지 2~3년간 기초 지수가 원래 상태를 회복한다면 원금 손실 없이 무사히 상환받을 수 있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수록 손실 위험은 커진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한 번 사건이 발생하면 큰 손실을 입는 파생상품을 지금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0% 손실이 발생한 독일 금리 연계 DLS 처럼 파생결합증권은 이익이 제한되는 반면 손실은 100%에 달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