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가 활황기를 맞으면서 사모펀드부터 오너일가까지 블록딜(시간외 대량 지분 매매)을 통한 지분 매도가 잇따르고 있다. 주가가 오른 구간에서 보유 지분을 한꺼번에 현금화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매각이 쉽지 않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블록딜을 통한 부분 회수로 방향을 트는 사례도 나왔다.
5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는 1월 HPSP(50,300원 ▲2,800 +5.89%) 지분 약 10%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매각 주식은 840만주였고 매각 규모는 약 3000억원이었다. 이후 2월에도 HPSP 지분 9.05%에 해당하는 760만주를 추가로 처분했다. 주당 매각가는 4만1800원이고 총매각 규모는 3177억원으로 추산된다. 미국계 대체투자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지난 1월 HD현대마린솔루션(222,000원 ▲2,000 +0.91%) 지분 5.0%에 해당하는 224만주를 주당 18만1450원에 매각해 4064억원을 회수했다. 호주계 맥쿼리그룹 계열 맥쿼리PE는 1월 LG CNS(LG씨엔에스(117,500원 ▼8,900 -7.04%)) 지분을 전량 정리했다. 맥쿼리PE가 LG CNS 투자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 크리스탈코리아가 LG CNS 지분 8.3%에 해당하는 800만주를 주당 6만6800원에 매각해 5300여억원을 회수했다.
미국계 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은 2월 보유 중이던 클래시스(42,850원 ▼650 -1.49%) 보통주 540만주(8.24%)를 3240억원에 매각했다.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기존 투자분 회수에 나선 거래들이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주식시장 강세가 대규모 지분 매각에 우호적 여건을 조성했다고 본다.
주가가 오른 구간에서 매도자는 회수 가격을 높일 수 있고 기관투자자 모집도 쉬워진다. 경영권 매각이 지연되거나 원매자와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는 경우 블록딜은 부분 회수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 한 PEF 관계자는 "HPSP와 클래시스는 당초 M&A(인수합병)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기업들인데 PEF들이 차선으로 부분 회수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장이 좋으면 차익을 실현할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삼성 오너 일가에선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조단위 블록딜이 이뤄졌다. 지난 4월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삼성전자(329,000원 ▼22,500 -6.4%) 주식 1500만주(0.25%)를 주당 20만5237원에 약 3조800억원 규모로 매각했다. 기업 사업 확장을 위한 블록딜도 코스닥 시장에서 추진된다. 지난달 서진시스템(70,100원 ▲900 +1.3%) 최대주주인 전동규 대표가 보유 주식 250만주를 매도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발행주식 총수 기준 약 4%대 물량으로 확보될 자금은 공시 당시 시장에서 약 1687억원으로 추산됐다. 매각 대금은 ESS(에너지저장장치)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시설투자와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