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업계 대부분 올스톱…수익률만 아니라 신뢰 줘야"

대담=박재범 증권부장, 정리=조준영 기자, 임동욱 기자, 사진=이기범
2020.07.27 05:38

[머투 초대석]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모험자본 '첨병' 역할을 하며 자본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넣었던 사모펀드. 잇따른 사건·사고에 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2015년 사모펀드 제도가 대폭 완화되면서 수 년만에 400조원 규모로 몸집이 커졌지만 최근 라임·옵티머스운용의 대규모 환매연기로 많게는 1조원대의 투자자피해가 발생했다.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투자협회에서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몇몇 회사들의 분탕질로 사모운용업계가 거의 다 올스톱됐다"며 "과거엔 수익률만 좋다면 (사모펀드가) 잘 팔렸지만 이젠 리스크가 커져 CEO(최고경영자)부터 모두 (투자자에게) 신뢰를 줘야 펀드를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사모펀드 관련 사건·사고에 안타까움을 전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제도 자체의 문제보다 일부 회사의 일탈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운용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지난 2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스럽고 환영한다"며 자본시장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데에 주목했다.

아울러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만이 아닌 자본시장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자본시장이 잘돼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나 고마웠다"고 전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최근 잇따른 사모펀드 사고가 관련 규제가 지나치게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발생한 사모펀드와 관련된 각종 사건·사고는 업계 종사자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만 이는 제도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일부 회사의 일탈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우리 자산운용사들은 현행 제도 아래에서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펀드운용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최근 일련의 사태가 자산운용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면 한다.

-직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 소규모 전문사모운용사들이 많아 준법감시인이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많다.

▶전문사모운용사는 종합 자산운용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운영되고 짧은 업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인력의 전문성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 전문사모운용사의 준법감시역량은 자율적 준법의식 확보와 내부통제 강화노력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라고 볼 수 있다.

-협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협회는 내부통제 체크리스트 배포, 준법감시인 내부통제교육 등을 통해 전문사모운용사를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다.

금융투자교육원을 통해 사모운용사 임직원들에 대한 직무윤리 과정도 의무로 수강하도록 하려한다. 특히 오랜기간 동안 펀드를 운용해온 기존 공모운용사의 노하우를 전문사모운용사에 효과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중이다.

-사모펀드만이 문제가 아니다. 낮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아온 공모펀드는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변화하는 투자환경에 맞게 공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투자대상이 다변화되고 있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에서 부동산, SOC(사회간접자본), 구조화증권 등 각종 대체투자자산이 투자대상으로 부상했다.

공모펀드가 이러한 투자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스펙트럼이 넓어질 필요가 있다. 협회는 정책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공모펀드시장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모펀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투자자예탁금 최고치가 수시로 갱신되는 등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직접 투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장기적인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개인이 지속적으로 투자대상을 분석하면서 분산투자를 하고 때로는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공모펀드의 장점 중 하나는 나를 대신해 운용사가 지속적으로 분산투자를 위한 자산배분과 이에 따르는 포트폴리오를 조정·관리해주는 데 있다. 노후자금과 같이 오랜 시간에 걸쳐 운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욱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인 자산관리 방법이 될 수 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이번에 기재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안'을 평가해달라

▶매우 만족스럽고 환영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번 개편안은 자본시장에 대한 과세부담을 완화해 투자자들이 세제 개편안을 받아들이기 더 쉬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상장주식을 투자대상에 포함하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와 장기투자 문화 정착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개편안에 정치권의 관심도 많았던 것 같다

▶지난해 2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음으로 저희 협회에 참석하셨고 그때 처음으로 증권거래세에 대한 내용이 거론됐다. '이익이 있는 곳에 세금을 내야지, 손해나는 사람이 왜 세금을 내느냐'는 말씀이 촉발이 돼 여기까지 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화제였다.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만 끌어올리면 답이 없다. 자본시장으로 들어가 기업으로 흘러가고 혁신기업으로 가야하는데, 이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도 자본시장이 잘 돼야한다고 말씀을 주셨다. 너무 고맙더라. 개인투자자를 배려해야한다고 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올 상반기 '동학개미운동'이란 말이 화제였다. 개인들의 직접투자 '붐'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몇 개월 사이 단기간에 주식시장이 회복할 수 있던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참여에 힘입은 바가 크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증가한 것은 국내 투자자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단단해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본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든든함을 느낀다.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한국의 자본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의 시대로 접어들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고 본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 신용융자잔고가 13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원유·우선주 광풍 등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하려는 비이성적인 투자행태도 나타났다.

▶시장에는 전문가를 위한 상품과 보통의 투자자를 위한 상품이 공존하고 있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상품이나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상품은 때때로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시장에 급격한 변동이 일어나는 등의 경우에 개인투자자가 대응하기 매우 어렵다.

-고수익만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고수익을 좇기보다는 내가 잘 알고 있고 위기 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인가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고위험 투자는 지양하고 건강한 투자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이라고 말씀드린다. 모든 투자에는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이 동반된다. 투자자 여러분께는 스스로의 투자원칙, 또는 투자철학과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한 후에 투자에 임해달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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