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가 끝난 것일까. 끝을 모르고 상승해왔던 국내 증시가 2% 이상 급락하고 있다.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강도는 축소됐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날 약세장의 원인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와 국내 코로나19(COVID-19) 급격한 확산으로 꼽았다. 다만 시중에 유동성이 아직 풍부하고 신용경색 위험도 크지 않아 지난 3월과 같은 급락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20일 오전 11시5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5% 떨어진 2295.65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지수도 3.3% 급락한 791.76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4일 이후, 코스닥지수가 800선을 밑돈 것은 지난달 24일 이후 처음이다.
이번 조정의 주체는 기관투자자다. 이날 기관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3208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1939억원 순매도로 장 초반 대비 매도 규모를 키웠다. 개인은 5179억원 순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증시를 받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약 한달간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웃돌면서 기관은 강한 매도세를 보여왔다. 이 기간 동안 기관은 4조562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5848억원, 개인은 4조784억원 순매수였다.
기관투자자 중에서는 연기금이 2조1401억원, 투신이 1조392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매도'에 앞장섰다. 연기금은 23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이다. 연기금은 올해 주식시장이 급상승하면서 국내 주식 투자비중이 초과돼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말 국내주식 비중목표치는 17.3%다. 지난해 대비 0.7%포인트 줄인 수치다. 올해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이미 목표 비중을 채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코스피지수의 PER(주가수익비율은)은 2007년의 고점인 13배를 넘어서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졌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미국 연준의 지난달 말에 진행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 공개다. 의사록에서 연준은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중기적으로 경제에 상당한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동안 시장에서 양적완화의 추가 조치로 거론됐던 수익률 곡선 관리(YCC)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연준 의원들은 "현 상황에서 수익률 곡선 제어 정책(YCC)은 혜택은 미미하지만, 대차대조표의 과도한 확대와 같은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연준이 새로운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과도한 유동성을 빌미로 소극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는 우려로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연준이 대차대조표 확대 위험을 언급하면서 유동성 확대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점도 증시에 부담을 줬다. 이날 발표된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는 288명이었다. 서울은 135명으로 최다를 경신했다. 연휴 이후 잠복기를 지나 확진자 수가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총 상위에 포진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2.94%, SK하이닉스는 4.53% 급락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시총 2위를 넘겨줬다. 삼성전자는 미국 엔디비아에 밀려 글로벌 반도체 시총 3위로 떨어졌다. 지난 7월에는 대만 TSMC에 1위 자리를 내 준 바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 등으로 내년 초까지 수익성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다만 3월 급락장처럼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 충격은 신용경색 발생 여부가 중요한데, 글로벌 달러 자금 시장을 보여주는 리보-OIS 스프레드와 CP(기업어음)금리-OIS 스프레드 모두 상승하지 않고 있다"며 "적어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신용 경색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최근 증시는 이전 고점 돌파, 추가 상승, 1개월간 기간 조정, 상승 재개의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하락 전환보다는 기간 조정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최 연구원도 증시 과열 해소 국면 지나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지나면서 조정받고 있다"며 "개인 약정대금 중 순매수 비중도 감소 추세로 손바뀜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미국 대선 등 정치 변수가 있지만, 막대한 유동성, 증시에 대한 긍정적 시선 등이 추가 매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의 개선 추세가 이어지면 실적 모멘텀이 추가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