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위기에 몰린 사모펀드 운용사

구경민 기자
2021.11.15 03:51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손발 묶어놓고 영업하라고 하니 죽겠습니다. 수탁사 외면에 문닫는 것을 고민하는 곳도 많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정부의 규제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2019년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당국에서 투자자 보호 강화라는 이유로 사모펀드 운용사에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판매사들도 사모펀드 판매를 꺼려한지 오래됐다. 사모펀드 업계가 잔뜩 위축된 배경이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신규 사모펀드 수는 월별 200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신규 사모펀드 수는 월별 600건에 육박했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를 차례로 거치며 신규 사모펀드 수가 3분의 1 토막났다.

상황이 이러니 좋은 투자 아이디어가 있어도 펀드 판매가 어렵다. 한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여력이 남아있는 전문 사모운용사들은 투자일임 등의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하며 겨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2, 3곳 정도만 사모펀드가 팔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사모펀드들은 더 죽을 맛이다. 판매사 채널이 막힌 중소형 사모펀드들은 사실상 개인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사모운용사 대표는 "판매채널에서 일임이나 공모를 안내하기 때문에 특화 전략을 내세우더라도 전문 사모운용사들은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며 "사모펀드 업계의 냉각기가 꽤 오래 지속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순기능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저금리 기조에선 사모펀드 사모펀드 성장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어느 운용사가 운용사는 사모펀드는 코스피지수가 연간 17.3% 하락했던 2018년에도 7.21%의 수익을 냈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 결과다. 올해 같이 증시 변동성이 클수록 연 7~8%의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사모펀드다. 고용창출 효과, 자본시장 발전에도 기여한다.

사모펀드 시장을 키워온건 정부다. 금융 당국은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의 활성화 정책 등 적극적 사모펀드 육성정책을 펼쳤다. 때문에 사모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공모펀드 시장 규모를 추월해 가파르게 성장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이 같은 규제 완화와 관리 부실의 결과물이다. 정부 역시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정부가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기만 한다면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이 약화되고 규제를 완화하면 사모펀드 생태계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지금과 같이 규제 완화, 투자자 증가, 피해자 증가, 규제 보완의 무한 도돌이표 같은 유사 정책으로는 사모펀드 글로벌 경쟁력 확보나 투자자 보호 모두 더뎌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계기로 사모펀드 스스로 신뢰회복을 쌓아야 겠지만, 정부도 시장을 죽이고 나서 대책을 세우는게 아니라 시장 견제와 균형 관점에서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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