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주식, 애플이 무너져야 美 증시 바닥"[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2.05.10 21:10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미국 증시가 급락세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아온 빅테크 기업들의 낙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 동안 8.4%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2200억달러 증발했다.

애플에 이어 미국 시가총액 2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같은 기간 시총이 1890억달러 사라졌다.

테슬라는 1990억달러, 아마존은 1730억달러,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1230억달러, 반도체회사인 엔비디아는 850억달러,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 플랫폼은 700억달러의 시총이 날아가 버렸다.

7개 빅테크 기업에서 3거래일 동안 사라진 시총은 1조달러가 넘는다.

이런 가운데 증시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 그나마 잘 버텨온 애플이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를 맞아 더 급락해야 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미국에서 시총이 가장 큰 기업인데다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 S&P500지수에 다 포함돼 있고 전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도 애플이다. 특히 버핏은 올 1분기에도 애플 주식을 6억달러어치 더 매수했다. 그는 지난 1일 CNBC와 인터뷰에서 "올 1분기에 애플 주가가 3일 연속 하락하기에 더 샀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데이터트렉 리서치의 공동 창업자인 닉 콜래스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폭풍우에 휘말린 증시에서 애플이 가장 안전한 항구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버핏의 올 1분기 애플 투자가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S&P500지수의 거의 7%를 차지해 6.7%를 점하고 있는 소비 필수업종보다 영향력이 크다. 특히 에너지 업종은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밖에 안 된다.

콜래스는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증시 바닥 때 미국을 포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애플을 포기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아직 그러한 신호는 없지만 시장 바닥은 최고의 기업들이 시장 대비 저조한 수익률을 나타낼 때 도달한다는 오래된 증시 격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플이 궁극적으로 대규모 매도 공세를 맞는 것이 진정하게 투자할만한 바닥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언제 애플이 급락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몇 주일간 애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페어리드 스트래터지의 설립자인 케이티 스톡튼은 "애플은 그간 증시 하락 속에서도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는데 이제는 공식적으로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며 "애플에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애플 주가가 시장을 따라 하락할 리스크뿐만 아니라 시장 대비 더 부진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지난 3거래일간의 급락에도 올들어 하락률이 14.4%로 S&P500지수(-16.3%)보다 적다.

스톡튼은 자신의 모델에 따르면 "애플에 새로운 매도 신호가 나타났다"며 "같은 모델에서 지난해 11월에는 매수 신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은 최소한 수주일 가량은 시장 대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고 150달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며 "애플 주가가 150달러, 149달러로 내려가면 비관적인 반전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고 다음 지지선은 139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이날 종가는 152.06달러이다. 그러나 정규거래 이후 시간외거래에서는 1.5% 오르며 154달러까지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도 S&P500지수의 5.9%를 차지하는 영향력 있는 종목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날 264.58달러로 마감해 270~272달러선인 지지선이 깨졌다.

T3라이브의 파트너인 스콧 레들러는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들어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지지선을 회복한다면 증시는 당분간 바닥에 이를 만큼의 '항복'(capitulation) 상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 지금까지와 같은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지수는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개별 종목은 표면 아래에서 하락하고 손실을 키우는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빅테크 비중 아직도 너무 높다…시장 대비 부진한 흐름 보일 것"

한편, 증시가 바닥을 치고 반등해도 빅테크주의 상승세는 시장 대비 저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 전문가로 '기억해야 할 시장 규칙'(Market Rules to Remember)의 저자인 밥 파렐은 지난 4월27일 로젠버그 리서치와 인터뷰에서 증시 하락은 올 여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상승세로 돌아선다고 해도 주도주는 빅테크주가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S&P500지수가 그간의 급등세에서 되돌림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여전히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5대 빅테크주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S&P500지수 수익률의 약 25%가 5대 빅테크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파렐은 "어떤 업종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또는 얼마나 적게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투자 집중도는 증시의 취약함 또는 미래의 잠재력을 측정하는 기준"이라며 "1970~1972년에도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50개 최선호주)에 대한 과잉 집중이 있었고 1998~2000년에도 기술주의 과잉 지배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2번의 사례 모두 투자가 집중됐던 시장 주도주들은 (급락 후) 10년의 약세 사이클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는 저금리 시대 때 주가가 급등했던 빅테크주의 밸류에이션이 고평가 상태에서 저평가 상태로 내려가는 과정을 장기간 거쳐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아울러 파렐은 시장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때 주도주는 단기간일지라도 그간 소외됐던 가치주와 금. 유틸리티와 에너지 업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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