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6](하)
① "美 공장 지으면 주문 낸다 했더니…" 젠슨 황 'AI 재산업화' 강조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5000억달러(약 735조원) 규모의 주문을 주겠다고 했더니…다들 미국으로 오더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을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힘으로 규정했다.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투자 사이클이 IT 산업 확장을 넘어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망을 포함한 수조달러 규모의 '재산업화 엔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 CEO는 특히 AI 데이터센터가 전력 소비와 자본 투자가 결합된 산업 시설로 진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막대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반박이다. 황 CEO는 "이것은 수조달러 규모의 재산업화고 시장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산업 정책"이라며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핵심 요인도 결국 AI 수요 폭발이라는 시장 신호"라고 말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로 엔비디아가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를 수출하지 못하는 데 대해선 "중국이 최신 반도체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 기업은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을 해야 하고 수출을 극대화해 세수를 늘리는 것이 오히려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통제가 미국의 수익을 억누르면서 '우물 안의 개구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 모델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이 클로드를 대규모 감시와 완전자율무기에 활용하는 구상을 두고 미 국방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데 대해선 정부 편에 선 입장을 내놨다. 황 CEO는 "미국 정부가 합법적이고 국가 안보를 위해 AI 기술을 쓴다면 전시에 그 기술을 사용해도 되는지 내게 묻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며 "정부가 기술을 올바르게 쓸 것이라고 전적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② "AI는 결핍 경제, 양극화 심해질 것"…블랙록이 찍은 10조달러 기회

"'AI(인공지능) 거품'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전력, 컴퓨팅, 칩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수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수장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시장 일각의 AI 회의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핑크 CEO는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AI 인프라를 향한 전 지구적 자본 흐름이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날 마이클 밀컨 밀컨연구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핑크 CEO는 AI 산업의 현주소를 '극심한 공급 부족'으로 정의했다. 그는 "미국은 전력과 컴퓨팅, 메모리 반도체 등 모든 면에서 결핍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는 사이버 보안 분석 등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컴퓨팅 선물'이 새로운 자산 클래스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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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CEO는 특히 AI 경제가 심화되면서 산업 전반에 'K자형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막대한 자본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상위 기업이 승자가 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거나 합병되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정부는 이 거대한 인프라 구축을 혼자 감당할 재정적 여력이 없다"며 민간 사모 자본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대담에 동석한 세계 최대 인프라 투자사 브룩필드의 브루스 플랫 CEO 역시 현재의 변화를 경제사상 중대한 전환점으로 꼽았다.
플랫 CEO는 "지난 10년이 고속도로와 철도를 깔던 시대였다면 향후 20년은 클라우드와 AI, 데이터 센터를 위해 지구의 전력망과 통신망을 다시 까는 '재배선(Rewiring)'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과정에 투입될 자본 규모를 최소 10조달러(약 1경4700조원)에서 많게는 20조달러(2경9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플랫 CEO에 따르면 브룩필드 포트폴리오에서 15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광섬유와 AI 인프라 자산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플팻 CEO는 "10년 뒤 이 비중은 75%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1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1동을 짓는 데 최대 750억달러(약 100조원)가 투입되는데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는 거대 투자 플랫폼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거물은 투자자들에게 단기 변동성에 휘둘리기보다 장기 복리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플랫 CEO는 "연 35%의 수익을 쫓기보다 연 12%를 아주 오랜 기간 벌어들이는 것이 금융의 가장 위대한 기적"이라며 버크셔 해서웨이를 예로 들었다.
핑크 회장도 "수명이라는 '장기부채'(생존 비용)를 가진 개인이 은행 계좌에만 돈을 넣어두는 것은 최악의 결정"이라며 "AI 성장에 따른 자본 수익을 향유하기 위해 시민들이 국가의 성장과 나란히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플랫 CEO는 이날 대담을 마무리하며 시장의 우려에 이렇게 답했다. "마이클,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③ "콜라값 2.5배 올랐다…AI발 생산성 혁신만이 살 길"

"경제가 지정학적 충격을 견뎌내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장기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를 돌파할 유일한 열쇠는 인공지능(AI) 산업을 통한 생산성 혁명입니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켄 그리핀이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대담에서 미국 경제의 현주소를 이같이 진단했다. 잠재성장률 부진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그리핀은 이날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설명하기 위해 맥도날드 콜라 가격을 예로 들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이전에 99센트였던 맥도날드 콜라가 이제는 2.5달러에 달한다"며 "이는 지난 6년 동안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짚었다.
이어 "휘발유나 식료품 가격 급등은 경제적 트라우마를 유발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분배 정책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달러 가치를 지키고 국민들의 급여가 실질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핀은 현재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메커니즘으로 생산성 향상을 제시하면서 인공지능(AI)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대기업 CEO들과의 대담에서 AI가 비즈니스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목격했다"며 "AI는 단순히 특정 도구를 쓰는 차원을 넘어 기업들이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체를 현대적으로 재설계하게 만드는 기술 붐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상실 우려는 일축했다. "과거에 없던 웹 디자이너나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이 생겨났듯 AI는 상상하지 못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핀은 다만 "기술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중년층 근로자들이 품위 있게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적 시스템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핀은 미국-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가 견고한 이유에 대해선 '에너지 안보'를 꼽았다. 그리핀은 "기술 혁신이 미국을 에너지 자립국으로 만들었고 이는 미국 경제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거대한 방어막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은 연료 효율이 30년 전보다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경제 규모도 커졌기 때문에 유가 충격을 견딜 체력이 충분하다"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들이 받을 충격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