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0% 수익'에도 싸늘…고수익 ELS의 함정

김사무엘 기자
2022.06.09 04:57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연 30%' 고수익 제공을 약속했던 ELS(주가연계증권)에 대한 시장 반응이 예상외로 차갑다. 연초 대비 쿠폰(이자) 수익률은 높아졌는데도 청약경쟁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ELS는 파생상품을 활용한 복잡한 금융상품인 만큼 고수익 함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은 테슬라나 엔비디아 등 변동성이 큰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고수익 ELS들을 발행했다. 연 쿠폰 수익률은 대부분 20% 후반에서 30% 초반이 제시됐다.

ELS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속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파생결합상품이다. 예를들어 ELS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텝다운형의 경우 기초자산이 조기상환일에 최초 가격 대비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

최근 키움증권이 발행한 '뉴글로벌 ELS 389'는 테슬라와 AMD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한다. 조기상환일(발행 후 3개월)에 모든 기초자산이 최초 기준가격의 75% 이상이면 원금과 이자 8.45%를 제공한다. 연 수익률로 따지면 33.8%다.

테슬라나 AMD에 직접 투자할 경우 주가 하락폭 만큼 그대로 손실로 반영된다. 하지만 ELS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 대비 손실에 대한 안전판을 일부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식된다.

연 30%대의 고수익이 이목을 끌지만 정작 청약경쟁률은 미달이었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청약을 실시한 '뉴글로벌 ELS 389'의 경우 총 공모금액이 50억원이었지만 실제 청약 금액은 29억8700만원뿐이었다.

다른 ELS도 마찬가지다. 앞선 상품과 구조가 비슷한 뉴글로벌 387과 388은 각각 50억원 모집에 11억9600만원, 20억4600만원만 모였다. 뉴글로벌 377, 378, 379, 380 역시 공모금액 대비 청약금은 10~30%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트루 15098'과 한화투자증권의 '한화스마트 9072'도 30% 안팎의 쿠폰을 제시했음에도 청약금액은 공모금 대비 20% 정도에 그쳤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 만큼 손실 우려도 커진 영향이다. ELS는 기본적으로 조건만 충족하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지만 문제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다.

기초자산이 계속 하락하면서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환은 계속 미뤄진다. 그러다 녹인(knock in)이 발생하는 순간 원금은 보장되지 않고 기초자산의 손실률이 그대로 투자자에게 전가된다. 통상 녹인 조건은 기초자산이 최초 가격 대비 40~50%로 하락하는 경우다.

주가지수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어 이를 기초로 한 ELS는 녹인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테슬라 같은 변동성이 큰 해외주식은 고점 대비 50% 손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만큼 ELS의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ELS는 선물이나 옵션 같은 복잡한 파생상품을 활용한 구조화 상품이라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사가 ELS로 연 30%대 고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파생상품 운용으로 그만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ELS의 운용방식은 대부분 유사하다. 자산의 대부분은 국공채, 회사채, 여신전문채 등 채권에 담는다.

일부는 기초자산 현물이나 선물을 매수하면서 해당 자산의 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얻는다. 기초자산이 하락하면 추가 매수하고 오르면 매도해 시세차익을 낸다. 기초자산 변동에 따른 시세차익과 옵션 매도 프리미엄, 채권 이자 등이 ELS의 수익원이다.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커지면 옵션 가격도 올라간다. 최근 증권사들이 연 30%대 쿠폰을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테슬라 등 주식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파생상품 운용에 따른 수익도 커진 것이다.

증권사들은 ELS 운용으로 돈을 벌지만 투자자들의 이익은 약정 수익률로 제한된다. 반면 최대손실률은 마이너스 100%다. 이런점 때문에 ELS는 증권사만 돈을 벌고 투자자들에게는 위험을 전가하는 상품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 ELS는 수익률의 일부를 증권사에 제공하는 대신 리스크를 일부 제한하는 효과가 있지만 녹인에 따른 위험성도 상당하다"며 "상품의 구조에 대해 잘 살펴보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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