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가 '걱정의 벽'을 타고 기어올랐다. 금리상승·경기침체·신용위험,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은 악재 속에서 코스피 지수가 2400선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관론 속에 피어난 '기묘한 강세장'이다.
"모든 상황이 최악인데 무슨 강세장이야" 국내 투자자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때 외국인은 한달 열흘만에 한국 주식을 5조7381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한국증시는 바닥을 박차고 반격에 돌입했다.
9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5.37포인트(1.06%) 오른 2424.41에 마감했다. 코스피 종가 2400을 회복한 건 9월15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지난 9월30일(2134.77) 연중 최저치로 추락한 코스피는 한달 열흘만에 13.6%(289.64포인트)를 만회했다. 'V자 반등'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이 깨진 지난 9월, 주식시장에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검은 금요일, 검은 월요일 그리고 검은 수요일..
.주식시장은 연일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2020년 이후 주식투자에 입문한 동학개미들은 처음 만난 대폭락장 앞에 좌절하며 공포에 사로잡혔다. '코스피 2000선 붕괴 임박' '삼성전자 4만원대 추락 전망' 등 비관적 뉴스가 신문 1면을 장식했다.
미국 월가에서는 내년 최종금리가 6%대 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을 거란 전망도 비관론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3분기 한국기업 과반수는 기대 이하 실적을 발표하며 실적도 본격 꺾이기 시작했다. 채권시장은 신용위험이 고조되며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됐다.
이 모든 악재에도 불구 코스피 지수는 저점 대비 13.6% 뛰어올랐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지난 9월30일 5만1800원의 52주 신저가에서 이미 19.7% 상승했다. 바닥을 뚫고 추락하던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와 NAVER도 가파르게 반등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주가의 선행성을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주가는 경기에 1년 정도 선행하는 성질이 있고 최근 증시 상승은 1년 뒤쯤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전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악재는 최근 폭락장에 다 반영됐다"며 "다만 펀더멘탈(경제 기초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3000 회복은 쉽지 않겠지만 2700까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순매수가 재개된 9월29일부터 한달 10일만에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조7381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식만 약 2조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SDI와 SK하이닉스도 대량 순매수하며 한국 우량주를 쓸어담았다.
반면 폭락장에서 한국주식을 사면서 시장을 떠받친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상승장에서 주식을 팔고 있다. 9월29일 이후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5조5535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주식 매도 규모만 2조2000억원에 달했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외국인들은 지금 '위대한 기업'을 저가에 사고 있는 것"이라며 "바닥에서 +20% 올라온 삼성전자는 아직도 달러 기준 고점대비 -48.8% 수익률로, 외국인 입장에서는 아주 저평가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 지수가 2400선을 돌파했지만 2400은 이번 반등장의 고점이 아니다"며 "과도하게 하락한 삼성전자가 8만원만 회복해도 코스피 지수는 2700은 충분히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