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투자자의 날'…미워도 다시 보니, 실망은 이르다?[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03.02 21:11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독일 기가팩토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뉴스1

한껏 기대를 모았던 테슬라의 1일 '투자자의 날' 행사가 실망 속에 막을 내렸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인근에서 4시간가량 진행된 행사는 세계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제로 바꾸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전은 있었으나 구체성은 결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테슬라의 성장성과 시장점유율 방어를 위해 필요한 저가형 차세대 전기차에 대해 새로운 정보가 없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자사주 매입 계획도 구체화되지 않았고 '투자자의 날' 행사 때 일반적으로 나오는 재무적 목표치도 제시되지 않았다.

신설 멕시코 공장서 새 모델 생산

머스크는 이날 질의 응답 시간에 "아마도 오늘 가장 흥분되는 소식은 우리가 멕시코에 기가팩토리를 짓는다는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테슬라가 멕시코 몬테레이에 전기차 조립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힌 것을 확인한 것이다.

머스크는 새로 짓는 멕시코 공장에서 차세대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세대 전기차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 즉 출시 시기는 물론 성능과 외관. 프로토타입(시제품) 개발 일정 등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그는 차세대 전기차와 관련해 "적절한 제품 행사를 개최할 것이고 지금 그런 질문들에 대답한다면 너무 성급한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머스크를 비롯한 경영진은 생산 효율성을 올려 생산원가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재커리 커크혼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테슬라의 차세대 전기차 생산비용이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라스 모라비 자동차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차세대 모델의 출시 시기를 묻는 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에는 "가능한 빨리 하겠다"고만 답했다.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이번 행사에서 테슬라의 도달 가능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저가용 차세대 전기차 출시 계획을 가장 기대했으나 핵심이 빠진 셈이다.

테슬라 경영진은 전기차를 더 작은 파워트레인으로 더 가볍게 만들어 더 싸고 빠르게 생산하려면 제조 공정을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더 저렴한 가격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은 한 모델을 넘어 더 많은 전기차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현재 가장 저렴한 모델이 모델 3로 최저가가 4만3000달러이다. 웰스 파고에 따르면 테슬라는 현재 가격대의 전기차 라인업으로는 자동차시장의 55%밖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며 3만달러대의 새로운 모델을 내놓아야 95%까지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테슬라는 전기차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은 연내에 출시해 내년에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10개 모델로 연 2000만대 판매

테슬라는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약 130만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지난해 자동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회사는 도요타자동차로 1050만대를 팔았다.

CFO인 커크혼은 연간 20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175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며 테슬라는 현재까지 280억달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현재 연간 200만대의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5번째 기가팩토리인 멕시코 공장이 완공되며 기존 공장의 설비 확충과 더불어 연간 생산능력이 350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머스크는 2030년까지 2000만대의 전기차를 팔려면 10개 정도의 모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 모델당 연간 200만대를 팔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가 도요타의 코롤라로 약 110만대가 판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야심 찬 계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 '투자자의 날'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

테슬라는 이날 전기차 라인업을 소개하는 슬라이드에서 모델 S와 모델 X, 모델 3, 모델 Y 등 기존 승용차 모델 4종과 지난해 말 출시한 전기트럭 세미, 올해 말 선보일 사이버트럭 외에 베일에 가려진 2개 모델을 제시했다.

베일에 가려진 한 모델은 사이버트럭 위에 표기됐고 나머지는 다른 차종인 듯 옆에 나열됐다. 이에 대해 야후 파이낸스는 하나는 밴이거나 SUV 스타일의 자동차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월 정액제 가정용 충전 서비스 구상

테슬라는 이날 미국 네바다주 배터리 공장의 생산능력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네바다주 배터리공장에서는 37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생산해 테슬라 전기차의 35%에 해당하는 물량을 공급했다. 올해는 추가로 연간 10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아울러 리튬 정제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에 리튬 정제소를 착공했으며 12개월 내에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가정용 월 정액제 충전 서비스에 대한 구상도 제시했다. 텍사스주에 사는 테슬라 소유주를 대상으로 한달에 30달러만 내면 밤에 집에서 전기차를 무제한으로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가정용 월 정액제 충전 서비스를 텍사스주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텍사스주의 그리드 전기가 밤에는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편, 장 마감 후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 신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빠지고 자사주 매입 계획과 구체적인 재무적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자 실망감에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하락했다.

이날 정규거래 때 테슬라는 나스닥지수가 0.7% 떨어진 가운데 1.4% 하락한 202.77달러로 마감했다. 시간외거래에서는 5.6% 급락한 191.30달러를 나타내며 190달러도 위태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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