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테슬라의 최근 추가 급등세는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로보택시와 완전자율주행(FSD) 등 자동차 생산·판매 외에 다른 미래 사업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 기대가 실현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이 전기차 가격 인하에 초점을 맞추면서 떨어지던 주가가 미래 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상승 질주하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언제든지 전기차시장의 경쟁 심화로 인한 가격 인하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테슬라는 WSJ가 이 분석 기사를 내보낸 이날도 5.3% 급등한 274.45달러로 마감했다.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 오토모티브가 포드와 GM에 이어 테슬라 충전망(슈퍼차저 네트워크)을 이용하기로 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테슬라 주가는 6월 들어 34.6% 급등했다. 올들어 수익률은 122.8%에 이른다.
WSJ는 테슬라의 최근 급등세를 설명하는 원인들은 많지만 가장 주목되는 것이 AI(인공지능)라고 봤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매출액 가이던스를 대폭 높이면서 지난 5월25일부터 주가가 폭등했다. 테슬라도 이날부터 13거래일 연속 최장기 랠리 기록을 세웠고 이날까지 한달도 안돼 주가가 50% 폭등했다.
반다 리서치의 수석 부사장인 마르코 이아치니는 소액 주주들의 매매 패턴을 보면 지난 1년 동안 테슬라와 AI 테마주를 매수했던 시기가 거의 비슷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테슬라도 AI 테마주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모간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애덤 조나스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시장은 테슬라가 근본적으로 AI 회사이고 두번째로 자동차회사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신 AI는 챗GPT를 구동하는 거대 언어 모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테슬라의 경우 무인 자동차인 로보택시와 FSD가 AI로 여겨지고 있다.
RBC의 애널리스트인 톰 나라얀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로보택시에서 전체 시가총액의 70% 이상이 창출되고 FSD에서는 20% 남짓, 자동차 제조에서는 10%도 안 되는 가치가 나온다고 봤다.
로보택시는 테슬라의 대여용 무인 자동차를 말한다. 테슬라는 로보택시가 등장하면 사람들이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필요할 때 거리에 서 있는 로보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SJ는 그러나 시장이 테슬라의 로보택시에 거는 기대에는 2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무인 자동차 기술이 아직 실험 단계에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테슬라가 가장 두드러진 무인 자동차 개발회사도 아니라는 점이다.
알파벳의 웨이모와 GM의 크루즈는 이미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 등에서 제한된 지역과 조건에서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WSJ는 GM과 알파벳이 매우 신중하게 무인 자동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이해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챗GPT에선 오류가 생겨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로보택시는 사람들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버는 2018년에 테스트 차량 중 한 대가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일으켜 무인 자동차 개발에 침체를 초래했다. 무인 자동차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는 만큼 소요되는 비용도 상당하다. GM의 크루즈는 지난해에만 18억달러의 현금을 소진했다.
WSJ는 RBC의 분석대로 테슬라의 가치 절반 이상이 로보택시에 집중돼 있다면 최근 테슬라의 주가 상승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무인 자동차를 개발 중인 GM의 주가가 지난 한달간 무인 자동차 사업이 없는 포드보다 덜 올랐고 같은 기간에 알파벳은 주가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FSD도 테슬라를 AI 기업으로 주목 받게 만드는 요인이다. 테슬라는 이미 FSD를 운전자 지원 소프트웨어로 1만5000달러에 팔고 있으며 FSD 기능을 확장하면 로보택시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테슬라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FSD는 베타 버전이기 때문에 판매 수익이 100% 매출액으로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 테슬라는 FSD를 더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지난해 4분기에 FSD 판매에 따른 지연 매출액을 대폭 반영했다.
이에 대해 WSJ는 회계 방식을 조정한 것일 수도 있지만 FSD 기술이 마침내 더 잘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FSD의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고 해도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역사적으로 자동차산업의 첨단 기술은 경쟁업체가 따라잡기 전까지 제한된 기간 동안에만 가격 프리미엄을 받았기 때문이다.
WSJ는 FSD도 자동차산업의 다른 첨단 기술과 마찬가지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미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자율주행 기능을 출시하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대감 외에 최근 테슬라 랠리의 또 다른 원인은 포드와 GM이 테슬라의 충전망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테슬라가 충전망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WSJ는 투자자들이 EV고와 같은 독립 충전 네트워크 회사에는 자본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V고의 충전 사업은 박하게 평가하면서 테슬라의 충전 사업에는 엄청난 수익 잠재력이 있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은 인지 부조화처럼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WSJ는 결국 최근의 테슬라 랠리는 투자자들이 테슬라를 단순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다양한 수익원을 가진 기술 생태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아마존이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시작하면서 수익상 덜 매력적인 인터넷 소매업체의 그늘에서 벗어난 것처럼 테슬라도 "AWS 모멘텀"을 맞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WSJ는 아이브스의 이러한 분석이 본질적으로 부정확하다고 봤다.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 외에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에너지 저장 사업과 서비스 사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충전과 보험 등을 부차적인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 판매만큼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은 없다. 아마존의 AWS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면서 테슬라는 다시 한번 거대 기술기업으로 재조명되고 있지만 WSJ는 실제로 주가가 오른 것은 트위터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대체할 새로운 CEO를 영입한 것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배틀 로드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벤 로즈는 머스크가 트위터에 새로운 CEO를 선임하면서 테슬라의 주가 상승세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테슬라가 베터리 공급망을 조정하면서 일부 전기차 모델이 세제 혜택을 최대 한도인 7500달러까지 받을 수 있게 된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테슬라의 주가는 펀더멘탈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WSJ는 다음달 테슬라의 올 2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먼 미래에서 당장의 미래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 2분기 실적은 테슬라가 여전히 전기차 하드웨어 판매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으며 앞으로 다가오는 몇 년 동안에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