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채권에 투자해 손실 위기에 놓인 개인투자자들이 국회로 몰려가 피해를 호소했다. "홈플러스가 설마 망하겠느냐"며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한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 회의실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주관으로 열린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 피해자 긴급 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은 손실 우려가 커지자 국회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인자금 10억원을 투자한 한미영씨(가명)는 "증권사 직원이 'MBK, 홈플러스가 망하겠어요'라며 MBK 지분이 100%니 안전성이 충분하다고 문자까지 보낼 정도로 자신했다"며 "홈플러스 직원들만 살린다고 하지 마시고 우리 회사 직원들도 살려달라"고 말했다.
5억원을 투자한 70대 황인성씨는 "'단기로 여유 자금을 활용하기 좋다'는 추천을 받고 가입했다"며 "힘없는 개인투자자를 등친 명백한 사기행위"라고 했다. 최성림씨(가명)도 "열심히 모은 전세자금 증액분을 안전하다는 말에 넣어놨다"며 "홈플러스 사태가 터져 침통한 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 채권 피해자 모임인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의환 비대위 상황실장은 "우리가 확보한 참가 증서에 따르면 유동화 전단채는 홈플러스 물품을 구입하면 롯데카드가 대금을 결제한 뒤, 투자자들이 해당 금액을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구조"라며 "이는 상거래 채권이라는 명확한 증거"라고 말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상거래채권을 우선 변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ABSTB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이 현실화할 경우 원금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신 의원실에 따르면 ABSTB 발행 규모는 4617억9000만원, 기업어음(CP)·전단채 1880억원으로 CP와 전단채만 6000억원이 넘는다. 이중 개인투자자에게 팔린 채권 규모는 2000억원으로 파악된다.
신 의원은 홈플러스가 오래전부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신 의원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평점을 담당하는 2개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가 홈플러스 정도의 규모와 채무, 이해관계자를 보유한 기업의 등급 강등을 독자적이고 성급하게 처리할 수 없다"며 "관행상 등급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 발행사에 전달하고, 소명 기회를 준 이후 등급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 등급 평정이 있던 지난달 27일 이전에 홈플러스는 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달 25일 ABSTB 820억원을 발행했다는 건 등급 강등 가능성일 인지하고도 채권을 발행한 도덕적 해이 그 자체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신 의원도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처럼 ABSTB를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BSTB의 기초자산은 홈플러스 물품 구매대금으로, 구조상 다른 용도의 자금으로 쓰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된 의혹을 살펴본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가 투자금 회수에만 집중해 기업회생 사태를 야기한 것 아닌지, 신용등급 강등을 사전에 알고도 대규모 채권을 발행한 건 아닌지 등을 따져 묻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