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대응·당국 압박'에도 계속된 EB 발행…운용사 수혜 전망

김경렬 기자
2025.10.22 05:09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통과가 내달로 다가오면서 자사주를 기초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이 계속되고 있다. EB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달리 빠른 회수가 강점이다. EB 물량을 인수한 자산운용사의 내부수익률(IRR)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EB 발행 결정 시 주요 정보를 공시토록 기준을 강화한 상황에서도 상품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10월 들어 이날까지 EB는 총 9건 발행됐다. 최장 10일의 추석 연휴를 고려하면 10여일 만에 쉬지 않고 EB를 계속 찍어낸 셈이다. 공시 작성기준이 개정된 지난 20일에도 광동제약이 이사회에서 250억원 규모 사모 EB를 발행을 결정했다.

전월(9월) EB 발행 건수는 39건으로 전년동기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기업과 운용사가 EB 발행 계획을 세워 증권사를 찾거나, 증권사 기업금융부서에서 자사주가 있는 업체를 검색해 발행을 권하는 쌍방 영업이 활발히 이뤄졌다.

EB는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메자닌' 상품이다. 또 다른 메자닌 상품인 CB나 BW와 달리 신주가 생기지 않고, 빠른 엑시트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EB 발행 증가가 자산운용사의 펀드 IRR 상승으로 이어져 관계자들의 성과급 잔치가 벌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B 발행 물량을 받아간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했다. EB 전용 크레딧 펀드를 만들어 회수율을 높이면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EB 발행 논의도 가능했다. NH헤지자산운용의 펀드에는 기관투자자(LP)가 많이 몰렸다. 1년 뒤 주식으로 전환하는 조건이 걸린 CB에 비해 조기상환청구 기간이 최소 1개월로 짧은 EB의 매력이 부각됐다. 빠른 엑시트로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부채자본시장(DCM) 관계자는 "EB를 발행하고 주가가 올라 운좋게 30% 수익률을 석 달 만에 달성했다고 가정하면 연 환산 수익률은 단순 추산하면 120%다"며 "펀드로 투자했을 때 성과급 체계는 초과분의 20% 등으로 구조가 짜여있어 IRR이 높을수록 성과급은 많아진다"고 말했다.

EB는 대부분 자사주를 기초 자산으로 활용했다. 국회에는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내달 개정안이 통과되면, 직원 보상 차원 이외의 자사주 중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주식은 소각해야 한다. 이런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해 자사주를 EB로 변환시킨 일종의 파킹 거래를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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