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자본이 국내 경영진과 함께 미국에서 SPAC(특수목적 인수회사)을 세우고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IB(투자은행)업계에선 중국 자본과 한국 소재 경영인들이 미국에서 기업 인수에 나선 것이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미중 갈등으로 우리나라가 중국계 자본의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경유지로 부상한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1억4500만달러(약 2074억원)를 조달하며 뉴욕 나스닥에 상장한 하버드 애비뉴 애퀴지션(Harvard Ave Acquisition Corp)은 실질적으로 중국계 자본이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애비뉴 애퀴지션은 케이맨제도에 등기된 법인이지만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 문건상 주요 경영 사무소(Principal Executive Offices)는 서울 영등포구로 기재됐다.
하버드 애비뉴 애퀴지션은 일반 투자자들이 공모로 매입한 클래스A 주식(1484만주)과 별도로 창립주주들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인사이더 주식 555만8333주)이 존재하며 클래스B는 합병 완료 시 클래스A로 1대1 전환되는 구조다. 클래스B 주식의 96.04%는 중국계 스폰서 2곳이 보유하고 있다.
하버드 애비뉴 애퀴지션은 정관상 합병 완료 전까지 클래스B 주식 과반 보유자만 이사를 임명하거나 해임할 수 있다. 클래스B 주식은 코플리스퀘어 스폰서 리미티드(케이맨제도 법인)가 운영하는 코플리스퀘어가 과반인 364만9480주(65.7%), 노스레이크파트너스(영국령 버진아일랜드)가 168만8853주(30.4%)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두 법인의 오너는 각각 중국인들이다. 반면 하버드 애비뉴 애퀴지션의 한국 소재 경영진의 클래스B 주식 보유분은 CEO(최고경영자) 겸 이사회 의장인 이성혁씨가 10만주, CFO 최훈지(최고재무책임자)씨가 6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두 경영진을 합쳐도 클래스B 발행분의 2.88% 수준이다.
전체 발행주식 기준으로 보면, 중국계 스폰서는 28.9%(코플리스퀘어 21.1%, 노스레이크 7.8%), 공모 투자자들이 약 70%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은 인사를 좌우할 수 있는 중국 스폰서가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국내외 증시를 통틀어 중국계 자본이 주축이 되고 한국 소재 경영진이 포진한 SPAC 구조는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에 따라 중국계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 어려워진 여건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하버드 애비뉴 애퀴지션은 공시 문건에서 "스폰서들이 외국인이기에 합병 심사와 관련 CFIUS(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으며 (인수가) 금지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인수합병 거래에서 실질적 최대주주의 국적을 고려하는 미국 규제 당국의 입장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머니투데이는 중국계 자본의 역할 및 향후 계획 등을 질의하기 위해 하버드 애비뉴 애퀴지션 측에 접촉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