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매각을 위한 절차가 당분간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에서 대법원이 사실상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고,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큰돈을 벌어들이면서 매각 절차를 서두를 필요성이 사라졌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SK그룹 사업 재편 과정에서 추진된 SK실트론 매각 논의가 공회전하고 있다.
SK실트론 매각을 위해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단독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가격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도 없어 의견 조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SK는 맥킨지앤컴퍼니에 SK실트론 기업가치 재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상은 SK가 직접 투자한 지분 51%와 증권사를 통해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확보한 지분 19.6%다. 나머지 지분 29.4%는 최 회장이 사재를 투입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SK실트론 매각이 급하게 논의됐던 이유는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소송 중이라 재산분할 판결 결과에 따라 수조원 현금을 내놓아야 할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재산분할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같은 판결이 확정됐다면 최 회장으로서는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계열사 지분을 내놔야 했다. 하지만 지난달 대법원에서 2심 판단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 액수를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다시 정하라고 판결했다.
SK실트론의 사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 소재 중 하나인 웨이퍼 전문 업체다. 12인치 웨이퍼 생산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3위다. SK실트론 매출은 SK그룹에 편입된 2017년 9331억원에서 지난해 2조1268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기간 영업이익은 1327억원에서 3155억원으로 늘었다.
계열사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업은 올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수주에 따라 수익성이 올라가면서 SK의 실탄확보가 잘 되고 있어 알짜기업인 SK실트론을 당장 매각할 이유가 없어보인다"며 "SK오션플랜트, SK이터닉스 등 SK 계열사 매각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SK실트론에 대해선 특별한 시그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