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을 연내 마무리하기로 밝힌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는 주주총회 등에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간 자사주 스와프나 예외규정을 활용한 제도 무력화 전략이 빈번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머니투데이가 국내 주요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대다수는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제도 취지보다 변칙적인 운영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 내용을 보면 회사가 자기주식을 신규 취득할 때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이전 매입 자사주는 6개월 추가 유예기간을 둔다. 또 질권 설정, 교환사채(EB) 발행 등 자사주를 자산으로 간주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하지만 자사주 자체가 기업들이 비용을 들여 매입한 만큼 순순히 소각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EB 발행 억제 기조에 최근 발생하고 있는 자사주 맞교환이 이런 사례다. 지난달 일신방직과 경방이 각각 자사주 2.97%와 3.91%를 맞교환했는데 사업 연관성이 없어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네이버와 미래에셋증권, 세방과 하이비젼시스템, 광동제약과 삼양패키징, 금비, 삼화왕관 등도 자사주 맞교환을 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지주사나 대기업 집단군은 자사주 소각으로 디스카운트 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사주가 기업이 비용을 들여 매입한 것이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 차원에서 상호간 백기사 전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을 미룰수 있는 조건이 주총인데 대주주우호의결권이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자사주 소각을 안하고 주총 통해 넘겨버리면 논란은 있겠지만 EB 발행이 원천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B발행이 소각 회피 수단으로 쓰이는 등 의무소각을 피하기 위한 술수가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은 더이상 자사주 신규매입을 안하게 될텐데 주주환원 차원에서 매입을 유도할 제도가 필요하다"며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서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만큼 정권 교체까지 버티기 전략을 짜는 기업도 있을 것"
D증권사 관계자도 "메자닌(주식연계채권)을 활용한 우회 가능한 방법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증시부양을 위한 방안이지만 실효성 부분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코스피 5000에 도달하기 위해 무리한 제도를 꺼내들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제도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회 버티기 전략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
E증권사 관계자는 "조정장 국면에서 5000피를 만들기 위한 용산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며 "해지펀드 공격에 취약해 경영권 방어가 힘들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장기투자 인센티브 확대와 배당소득 과세 인하 등이 기업과 주주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F증권사 관계자는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의 우회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법원 판례가 축적되기까지 오랜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는 내부 이해관계에 따라 득실을 따져가며 주판알 튀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리서치, 자산관리(WM), 트레이딩 등 시장과 직접 연동되는 부문은 주주환원이 강화돼 시장 체력과 유동성이 좋아져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기업금융 부분은 M&A, 지분 구조 재편, 자사주 활용한 구조화 딜 등에서 발생해 온 수익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G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는 강제보다 자율적 질서가 중요한데 과거 행위를 소급해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며 "자사주 처리는 기업과 주주 간 소통을 통해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