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종목 신고하는 공직자들…"지우고 싶어도 못 지워"

김지훈 기자
2026.01.31 05:38

관가에선 "처분 가능 상장종목과 형평성 맞나" 의문도…IB업계선 '딜' 재료 될 수 있다. 시각도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05. photo@newsis.com /사진=

한때 주식시장에서 촉망받다가 상장 폐지 수순을 밟은 기업들이 10년 넘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고위 공직자 재산 명단에 등장해 배경이 주목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0일 공개한 1월 고위공직자 수시 재산등록 명단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박혁수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장,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상장폐지 종목을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다. 이찬진 원장은 2012년 4월 상장폐지된 평안물산 주식 153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 원장은 비상장주식 가액란에 비상장주식 지엔에스티 1200주(취임후 매각)와 평안물산 보유분을 합쳐 3370만4000원이라고 기재했다. 박혁수 검사장은 넥솔론(2017년4월 상폐) 778주를 가액 0원으로 기재하면서 법인등기는 폐쇄된 종목이라고 신고했다. 홍석기 본부장은 코아에스엔아이(2012년4월 상폐) 9500주를 가액 455만원에 기재했다.

이 중 평안물산은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5위권에 올랐던 종목이지만 2011년 말 회계보고서에 대한 외부 감사 과정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받은 이후 상폐됐다. 이후 M&A(인수합병등)설 등이 돌았던 종목이기도 하다. 넥솔론은 태양광 웨이퍼전문기업이었으나 자본전액잠식 사유로 코스피에서 상폐된 이후 비상장(장외) 주식으로 전환됐다. 코아에스엔아이는 감사범위 제한(감사의견 거절)을 사유로 코스닥에서 상폐됐다.

인사혁신처는 공직자 재산등록과정에서 공직자 보유주식에 대해서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청산종결·청산종결간주·파산종결 등 법적으로 소멸하기 전까지는 재산 등록 대상으로 삼는다. 이에 따라 평안물산 등 비상장종목들이 신고된 것을 감안하면 상폐 이후 법적 실체나 권리관계는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 보유 비상장주식의 평가액 산정 기준(/그래픽=이지혜

상장폐지 종목을 보유한 공직자 흔하지는 않지만 재산 공개 제도 도입 이후 이처럼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매도가 어려운 상폐 종목을 상장 종목과 비교해 신고하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는 일방적 노출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상장 종목은 매도 이후 재산 명단에서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상폐 종목은 오히려 재산 명단에서 없애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상장폐지 등 비상장주식이 공개가 유지되는 건 투명한 재산공개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IB(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은 사모투자나 프리 IPO(상장직전 투자 단계), M&A(인수·합병) 등에서 지분율을 맞추거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설계하는 등 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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