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3주차에 접어들면서 원유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대체 도입선 확보 등 대응에 나섰지만 중동 외 비중을 대폭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세제 감면과 비축유 방출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가 비축한 원유 물량은 4월 말이 한계로 꼽힌다. 앞서 업계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전쟁 발발 직후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를 수급 위기 시점으로 꼽아왔다.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1차 600만 배럴에 이어 이날 1800만 배럴, 총 2400만 배럴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으나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이 300만 배럴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더 많은 대체 원유 수급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에쓰오일(S-OIL)은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서부 홍해 연안 얀부 항을 활용해 수출에 나서면서 일부 수급 불안이 완화됐다. 얀부 항의 실질 선적 능력은 하루 약 400만 배럴로 기존 호르무즈 해협 수출량(하루 550만 배럴)의 70% 수준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와 얀부 항을 잇는 동서 파이프라인 가동률은 최근 하루 700만 배럴로 최대치까지 올라섰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전쟁 이전부터 일부 물량을 얀부 항을 통해 들여왔으며 최근에는 추가 도입을 논의 중이다.
나머지 정유사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들 3사의 지난해 기준 중동 외 원유 비중은 GS칼텍스 29.1%, SK이노베이션 38.5%, HD현대오일뱅크 46.7% 등이다. 미국, 남미, 북해, 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해왔지만 단기간 내 중동 외 비중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락가락 발언을 반복하는 등 전쟁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도 변수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급등한 데다 해상 운임도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고가에 중동 밖 원유를 들여왔다가 도착하기도 전에 호르무즈 봉쇄가 해제되면 비싼 값에 사서 낮은 가격에 파는 역마진 위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최근 최고가격제 등으로 원유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점도 대체 원유 도입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앞서 정부는 13일부터 정유사의 공급 최고가격을 △보통휘발유 리터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등유 리터당 1320원으로 지정하는 상한제를 실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격 상한제 도입 이후 정유사 손실을 보전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가 원유 도입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세금 감면과 비축유 방출이라는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은 정부 보조금과 비축유 방출을 병행하며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고 미국은 낮은 유류세와 자국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세금과 환율, 국제 제품가 변동이 최종 가격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인 데다 최근 최고가격상한제까지 도입되면서 정유사의 부담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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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가격은 정유사 공급가뿐 아니라 세금, 환율, 정부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라며 "민간의 조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도 비축유 방출과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수급 안정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