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넘어 로봇 발로"..금호석유화학 실적 떠받친 '이것'[R&D인사이드]

"타이어 넘어 로봇 발로"..금호석유화학 실적 떠받친 '이것'[R&D인사이드]

김도균 기자
2026.03.19 05:50

②금호석유화학 'SSBR(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 연구진

[편집자주] 최근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도 한때는 상상에 불과했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아이디어를 실험대 위에 올리고 실패를 반복하며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손에서 탄생한 기술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때로는 산업의 방향을 바꿔왔다. 이같은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진을 머니투데이가 만나봤다.
25일 오후 대전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해당 연구소 고무연구랩에서 SSBR(솔루션 스티렌부타디엔고무) 프로덕트 마스터를 맡고 있는 고재영 수석연구원./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25일 오후 대전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해당 연구소 고무연구랩에서 SSBR(솔루션 스티렌부타디엔고무) 프로덕트 마스터를 맡고 있는 고재영 수석연구원./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글로벌 스포츠 업체와 아웃 솔(밑창)의 접지력을 극대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기술을 향후 로봇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지난달 25일 오전에 찾은 대전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내 고무연구랩에서 만난 고재영 수석연구원(사진)은 이같이 말했다. SSBR(솔루션 스티렌부타디엔고무) 프로덕트 마스터를 맡고 있는 그는 "로봇은 인간을 닮아 발이 있고 그 발에서 중요한 요소가 바로 접지력"이라고 강조했다.

SSBR은 합성고무의 한 종류다. 기존 SBR(스티렌부타디엔고무)의 성능을 끌어올린 소재로 마모에 강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특히 타이어의 연비 개선이나 제동 성능 향상에 도움을 줘 자동차 업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고 수석연구원도 "대부분의 타이어 업체에서 SSBR 화합물을 우선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 업황 둔화 속에서도 2000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101개 분기 연속 흑자라는 기록을 써왔는데 SSBR의 선전이 이를 뒷받침했다.

아울러 SSBR은 산업용 벨트·롤러류, 호스, 진동·소음 저감용 방진 부품 등으로 활용처는 넓어지고 있다. 고 수석연구원은 이날 골프공 단면을 보여주며 "심지어 골프공 코어 일부에도 SSBR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금호석유화학 SSBR/그래픽=이지혜
금호석유화학 SSBR/그래픽=이지혜

SSBR의 쓰임은 미래 산업으로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136,300원 ▲13,400 +10.9%)은 우선 전고체 배터리용 바인더로 SSBR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극을 이루는 고체 입자들간 접촉을 통해서만 전기가 흐른다. 접촉이 끊어질 경우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입자 사이를 붙여주는 물질인 바인더가 꼭 필요하다. 고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당 배터리용 바인더의 수익성은 기존 제품 대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본업'인 타이어 분야에서의 당면 과제는 유럽연합(EU)의 '유로7' 등 강화되는 환경 규제다. 유로7은 배기가스뿐 아니라 타이어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까지 배출 규제 범위에 포함하는게 골자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내마모성을 높이기 위해 SSBR의 유리전이온도(Tg)를 낮추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리전이온도는 고무가 탄성과 점성을 잃고 딱딱해지는 온도로 이를 낮출수록 마모에 강한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조한정 금호석유화학 수석연구원은 "경쟁사 SSBR의 유리전이온도는 영하 60도 수준이지만 우리는 이미 영하 70~80도까지 낮췄다"며 "영하 80도 이하까지 유리전이온도를 낮추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25일 오후 대전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해당 연구소 고무연구랩 소속 조한정 수석연구원./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25일 오후 대전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해당 연구소 고무연구랩 소속 조한정 수석연구원./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은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레이싱 타이어다. 조 수석연구원은 "레이싱 타이어는 안정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SBR이 주로 사용돼 왔으나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환경 관련 연구개발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고 수석연구원은 "재활용 원료나 바이오 기반 원료를 활용한 합성고무를 개발하고 있다"며 "아직은 수익성이 낮지만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연구·개발해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연구진은 후발주자인 중국과의 경쟁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연구원은 "우리는 글로벌 여러 타이어 회사에 경쟁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며 기술을 축적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와 데이터가 우리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25일 오후 대전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해당 연구소 고무연구랩에서 SSBR(솔루션 스티렌부타디엔고무) 프로덕트 마스터를 맡고 있는 고재영 수석연구원(왼쪽)과 같은 랩의 조한정 수석연구원./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25일 오후 대전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해당 연구소 고무연구랩에서 SSBR(솔루션 스티렌부타디엔고무) 프로덕트 마스터를 맡고 있는 고재영 수석연구원(왼쪽)과 같은 랩의 조한정 수석연구원./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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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도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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